멋쟁이 회원님들!
그간 안녕하십니까?
아테네를 출발해서, 방콕을 경유하여 김해공항으로 9일에 귀국하였습니다.
자전거는 별로 타지 않고(1,600km 정도 주행하였습니다)주로 버스와 페리로 여행을 하였기 때문에 일정을 10일 정도 단축을 하려고 하였으나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3개월을 채워야 했습니다.
3개월 여행이 마치 3년의 유랑생활을 한 기분입니다.
실토하자면, 아테네를 눈앞에 둔 에게해의 미코노스섬에서는 아내의 전화통에 대고 울먹이고 말았습니다.
귀국의 날자가 다가오자 너무 기뻐서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 참 동안이나 아내에게 또, 스스로에게 챙피했습니다.
미코노스섬에서는 어떤 젊은 놈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서 "stupid!"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둔한 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두들 스쿠터, 4륜 스쿠터, 또는 소형 승용차를 렌트해서 둘러봅니다. 또, 옆 텐트의 독일 친구(자전거 동호인)는 왜 혼자서 자전거여행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답변에 뜸을 들이자, "또하나의 당신처럼 미친놈을 구하지 못해서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기는 하지만, 구할 수 있었어도 나는 혼자 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홀로 있음을 경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저는 홀로 있을 수 있는 자만이 진정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로도스섬에서 만난 2명의 한국여인도 왜 혼자서 힘들게 자전거 여행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답변하였습니다. 육체를 힘들게 사용하면 마음이 머리속의 사념들로부터 가슴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홀로 있을 때만이 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이 함께 있으면 어찌 울 수가 있겠는가. 그 울음이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라고.
지난번 미국, 캐나다 여행을 마치면서 2개월 이상의 여행을 하지 않으려 했으면서도 이번 여행도 3개월을 하고 말았지만 더는 정말 못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적당한 여행지만 있다면 자전거보다 더 느린 도보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하늘과 땅에 더 밀착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제는 당분간 이번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을 소재로하여 그림에 몰두하고싶습니다.
이번 토요일 번개에서 회원님들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