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죽음, 삶(죽음), 그리고 죽음

박희욱 2009. 5. 8. 07:00

그대가 탄생하기 전에 이미 죽음은 있었다

 

그대가 사망한 다음에도 죽음은 있을 것이다

 

그대가 살고 있는 지금도 그 삶에는 죽음이 스며있다1

 

 

그대의 삶에 죽음이 없다면 그대는 고깃덩이에 불과할 것이다

 

그대의 삶에서 죽음을 제거해 보라. 그러면 그대는 울지 못할 것이다

 

그대가 울지 못한다면 또한, 웃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의 삶은 죽음으로 인하여 생명력을 가진다

 

 

그 죽음이 바로 無이다

 

그 無는 有의 반대개념이 아니라

 

有와 無를 넘어선 無이다

 

有가 없는 無가 있을 수 없고2

 

無가 없는 有가 있을 수 없다

 

 

화면(screen)이 없다면 화상(영상)이 있을 수 없다

 

그대는 화면의 화상만 보고 있다. 화면을 보라

 

진정한 그대는 화상이 아니라 화면이다

 

그대는 화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있을 화면이다

 

그 화면은 시간과 관계없이 존재한다

 

 

죽음을 영접하라

 

그대가 영접한 죽음이 천국이며

 

空이며

 

神이다

 

그 神은 창조만 하는 神이 아니다

 

창조만 하는 神이라면 그 神은 반쪽짜리 神이다

 

그 神은 창조와 파괴의 神이다

 

 

크리슈나는 시바의 화신이고

 

시바는 크리슈나의 화신이며

 

그들은 또한 유지(維持)의 神 비쉬누의 화신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이 空이며, 空이 바로 色이라)

  

  1. 자석의 N극을 잘라내어 보라. 그러면, 거기에는 S극이 이미 스며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2. 영어에는 '없다'라는 어휘가 없다. 그래서 '없다'는 '있다가 아니다(there is not)'라고 표현한다. '있다(there is)'가 없는 '없다(there is not)'는 있을 수 없고, '없다'가 없는 '있다'도 있을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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