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언어와 지식

박희욱 2009. 7. 27. 21:50

언어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대단히 유용한 도구이다1.

그 유용성에 미혹되어서 언어의 허구성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언어의 장막에 갇혀 살며, 언어로부터 부림을 당하면서 산다

필경, 언어의 허구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진리로 들어가는 문이다

 

지식은 언어이면서 언어에 의해서 발전된다

그럼으로써 언어로 된 지식 또한 허구일 수 밖에 없다2

사람들은 지식이 주는 환영속에서 헤메인다

그래서 아는 것이 병이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 하기도 한다3

지식은 총칼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하고 투쟁하는 데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지식을 축적하려 한다

 

사람들은 지식이 무엇을 해결하여 줄 것이라 믿는다

사실 지식은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해결하는 문제 이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지식 자체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문제를 생산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4

 

지식이 축적될수록 문제는 쌓이고, 지식이 적을수록 문제는 줄어든다

지식을 이루고 있는 언어의 허구성 때문이다

지식이 없었던 태초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그래서 그 땅은 에덴이었다5

지식은 바벨탑이며 그것은 언어로써 쌓아 올려진 것이다6

 

그러므로, 노자는 그의 도덕경을 이렇게 시작한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즉, 무릇 道라고 하는 것은 말하여질 수 없는 것이며,

말이라는 것은 그 본질상 實存과는 거리가 멀다7

 

 

 

 

  1. 동물들의 언어는 논리성이 없는 감성의 전달이다. [본문으로]
  2. 수많은 철학이 있어 왔지만 아무런 결론도, 아무런 해결책도 재시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언어 자채가 허구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결론이 아니라 사고방법이라고 둘러대겠지만, 사고라는 것 자체가 언어적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언어에 기초한 논리 또한 허구이다. [본문으로]
  3. 지식은 병든(눈먼) 힘이다. [본문으로]
  4. 지식이라는 것이 대상을 문제시하는 기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이때는 신이라는 말은 물론이고, 사랑이라는 말조차도 없었다. [본문으로]
  6. 바벨탑은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구축물이다. 언어가 사라지면 지식 또한 사라진다. 그래서 신은 인간들 사이의 언어를 불통하게 만들었다. [본문으로]
  7. 필자의 의역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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