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자전거여행

남해안여행/4월 29일 월출산 천황야영장-두륜산 해남유스호스텔

박희욱 2012. 5. 9. 23:37

이틀 동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가 나의 여행을 축복하는 듯하였으나

오늘은 완전 운천이었다.

 

오전 6시 기상. 출발준비를 완료하고 나니 8시 20분.

2시간 20분 동안이나 뭘 했냐고?

나도 모르겠다. 야영할 때마다 나도 궁금하다.

 

두륜산도립공원을 찾은 것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목포에 살던 친구 김석호의 집을 방문하여서 그와 함께 이 산을 올랐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꼭 40년 전의 일이다.

대학생이 되고 보니 전국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그러나 돈은 없고, 그 당시 유행했던 무전여행을 할만큼 배짱도 없었다.

무전여행이라는 것도 조금의 장비는 있어야 했지만, 다른 장비는 차치하고라도 나에게는 배낭도 하나 살 형편도 되지 못했다.

 

근래에 들어서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용돈 한 번 주지 못했던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신다.

하지만, 그렇게 억척 같이 살지 않았다면 가방끈의 길이가 상당한 우리 6남매를 어떻게 키웠겠는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여행은  철이 없었던지 생각없이 참여를 했지만 고등학교 졸업여행은 스스로 사양하고 말았는데

아쉽게도 담임선생님은 나에게는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 해가 우리집 6형제의  막내여동생이 태어난 해이다. 그러니 내가 무슨 낮짝으로 돈을 울궈내겠는가.

그래서 하룻밤 쯤은 재워줄 것 같은 대학 친구들의 집을 찾아나서기로 하였는데, 그 곳이 경주, 대전 그리고 목포였다.

 

 

월출산 천황야영장-두륜산 해남유스호스텔

 

 

뒤돌아 본 월출산

 

 

 

 

굼뱅이 쌀집잔차 같은 짐차로 국도에 올라서려 하니

마치, 미끈한 아가씨 다리를 만지려 하는 엉큼한 수작처럼 느껴져서 송구스럽다.

 

 

 

 

남쪽의 경포대 방향에서 본 월출산

 

 

 

 

이 지방은 차량통행이 매우 적어서 라이딩이 편안하다.

 

 

 

 

이제 잘 닦여진 국도를 따라서 잔차여행을 한다면 재미는 조금 못하겠지만 대단히 수월할 것이다.

 

 

 

 

호남땅에 들어서면 넓은 들이 언제나 여유롭고 풍요로워 보인다.

 

해남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20분,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미뤄왔던 알래스카 항공료를 우체국을 찾아가서 입금시키고 말았다.

지난번 스웨덴 항공권  해약비 13만원*2명=26만원을 날렸다. 그놈들은 해약비로 수지를 맞추려 하남?

 

 

 

 

두륜산도립공원 입구

이 길을 조금 들어가서 곧바로 가면 대흥사로 가는 것이고,

왼쪽으로 걲어서 들어가면 케이블카와 해남유스호스텔이 있다.

 

 

 

 

초록색 창틀을 가진 건물이 케이블카 승차장이고,

멀리 보이는 고깔모 지붕이 해남유스호스텔이다.

 

 

 

 

멀리 보이는 유스호스텔 앞의 도로경사는 무척 가팔랐으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기쁨은 나의 끌바를 억눌렀다.

 

 

 

 

국내에 이런 유스호스텔이 많다면 경비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여행할 수 있을 텐데...

오후 1시 도착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다른 것을 할 이유가 없다.

마냥 빈둥대는 것이  할 일이다.

 

 

 

 

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이 개일 것 같은 청신호가 보인다.

 

 

 

 

침대가 4개인 방이지만 일단, 나홀로 입실.

그러나 다른 개인 투숙객이 오면, 분명히 빈방이 많이 남아돌아 보이지만,

단돈 15,000원에 독실을 쓰는 내가 배가 아파서라도 합방을 시키지 않을까?

다행히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오면 배가 아파서라도 나와 합방을 시키지 않겠지만. ㅋㅋㅋ

 

목이 말라서 맥주 1캔을 샀다. 2,000원, 너무 비싸지 않남?

외국에서는 맥주 사기가 어렵다. 냉장한 맥주는 한국에서처럼 아무데서나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고, 판매소를 찾아내어도 상당히 비싸다.

대형마트에서는 팔기는 하지만 1개씩 파는 것이 아니고 팩 단위로 팔기 때문에 나 같은 잔차여행자는 살 수가 없다.

그리고 맥주도 술이라고 길거리에서 마시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만큼 자유로운 나라가 어디 있을까?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 마음대로 지끌여도 되고.

잔차도 그렇다. 버스고, 페리고, 열차고(원칙은 금지지만) 추가비용없이 마음대로 실을 수 있고.

미국 동부에서는 버스 6번, 열차 6번 도합 12번을 수화물로 부치다가 지쳐서 1주일 조기귀국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만세다!(자신은 능력도 없으면서 비난과 불평 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