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래르달에서 가우프네(Laerdal to Gaupne)

박희욱 2013. 9. 6. 09:25

 

 

 

                                       




6월 14일(금)  대체로 흐림

 

숙박료 Nkr 495는 재값을 했다. 경험상 호텔에서는 지불한 숙박료만큼 피로가 풀린다는 말이 맞다.

숙박료의 본전을 뽑는다고 조금 우물거리다 보니 시계는 벌써 오전 11시다.

 

부두에 나갔더니  래르달에서 송네피오드를 건너는 페리는 6월 20일부터 운항한단다. 페리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자전거길은 없고 6.4km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래서 송달(Sgndal)까지 버스를 타기로 했다.

 

 

 

모텔의 부엌

완전 독차지다.

 

 

 

 

 

식당

여기도 완전 독차지

 

 

 

래르달

 

 

래르달 캠핑장

저멀리 보이는 건물이 숙박한 모텔이다.

 

 

 

 

 

 

 

 

 

 

래르달 캠핑장

 

 

 

 

 

염둥이들

여기는 보모 1인당 담당 아이들이 4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래르달 버스정류소에서 만난 마크

 

송달로 가는 버스는 오전 12시 55분에 있어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어쩌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이 사람만큼 나와 죽이 맞는 사람은 한국에도 없다. 그래서 나의 엉터리 영어조차도 잘 통해서 그는 내가 자기만큼 영어를 잘한다고 한다. 뜻이 맞으면 눈빛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는 미국에서는 미니애폴리스, 시애틀, 벌링햄 등지에서 살았고, 젊었을 때는 노르웨에서 3년 동안 산 적이 있으며, 다시 노르웨이에서 산 지가 2년 반이 되었다 한다. 결혼은 하지 않았는데 딸이 하나 있다 한다. 당신은 집시냐고 했더니 그런셈이라고 받아넘겼다.

 

그는 미국은 너무 비지(busy)해서 살기가 싫다고 해서, 미국은 비지한 곳도 있고 릴렉스한 곳도 있으니 미국이 비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비지한 것이라고 했더니 그도 내 말에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당신이 숲속에서 산다면 릴렉스할 수 있지 않으냐고 했더니 숲속에서 어떻게 혼자 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봐! 당신은 릴레스한 것을 좋아하지 않잖아!

이번 여행에서 만난 어느 호주인도 호주는 너무 비지하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호주 너마저도! 온 세계가 비지하다는 말이다.

 

비지하느냐 또는 릴렉스 하느냐 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책임을 사회로 돌리려 한다. 사회란 실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이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을 비난하는 자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짖어대는 다리위의 개와 다름없다.

 

마크는 뮤지션이라 했다. 프로는 아니지만 섹스폰과 기타는 세미프로  수준이란다. 클래식도 좋아하고 재즈도 좋아한단다. 나는 왜 재즈 음치이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개인의 취향문제라서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많이 들어보면 좋아하게 될 것이라 한다. 재즈 음악도 잘 먹으면 좋겠지만 맛있는 클래식도 제대로 챙겨먹을 시간이 없는데 그깟 재즈 귀에 익혀서 무엇하겠는가. 나의 사전에 재즈가 들어올 자리는 없다. 재즈여 안녕!이다.

 

나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중국의 클래식이냐 아니면 한국의 클래식이냐고 되묻는다. 중국의 클래식 음악이라면? 나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구나. 한국의 클래식!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좋은 음악인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나는 아쉽게도 학교에서 한국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공부한 적도 없고, 그것을 제대로 듣기도 전에 서양클래식이 나의 마음을 점령해버렸다. 이제 와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요즘은 학교에서는 한국 클래식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는 그에게 서양클래식이라고 대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음! 그 넓디 넓은 대양과 같은 서양클래식의 바다를 언제쯤이나 마음껏 헤엄치고 다닐 수 있을까!

 

어쩌다 미술 얘기가 나왔는데 나에게 현대미술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노우라고 했더니 마크도 맞장구를 쳤다. 앤디 워홀의 그림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좋아 한단다. 그에게는 앤디 워홀은 현대미술이 아닌 모양이다. 첨단 현대미술에서는 그도 이미 현대미술에서 제외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로스코(Rothko)의 그림을 물었더니 그의 그림의 단순성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단다. 나는 미국의 화가들 중에서 로스코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그의 그림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지만 내용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그 단순함에서 대단한 깊이가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다. 그냥 느낌일 뿐이다. 그렇다. 그림은 느낌일 뿐이다. 그림을 통하여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정치이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드는 예술, 특히 그런 미술은 혐오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그것은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조크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무언가 생각케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억지를 부려봤다. 예술은 본래 카타르시스라고 하지 않으냐, 카타르시스라면 사념을 지워버리는 것인데 사념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게 무슨 예술이냐! 그랬더니 그는 그것은 패러독스라고 했다. 그것은 내말이 맞기는 한데 또 그렇지도 않다는 말인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통쾌한 카타르시스적인 조크에도 관심이 없고, 다만 그의 작품은 나의 눈을 괴롭히는 쓰레기 같은 것일 뿐이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앤디 워홀의 작품

 

 

앤디워홀은 많이 팔리는 작품일수록 훌륭한 예술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마릴린 몬로'가 많이 팔려서 농담인 것 처럼 말한 모양인데 농담도 좀 가려서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근 800장에 이르는 작품중에서 단 1장을 팔 수 있었던 고흐는 뭐라는 말인가? 오히려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거꾸로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자신의 작품을 휴지(티슈)처럼 많이 팔아먹은 앤디 워홀의 작품은 내게는 구겨진 휴지에 다름 아니다.

 

마크는 내게 한국의 K-Pop 가수 싸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싸이의 노래도, 춤도 들어도, 본 적도 없지만 매우 싫어한다고 했다. 덧붙여서 나는 그를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더니 손을 내저어면서 "Crazy!"라고 한다. 앤디 워홀의 말대로라면 싸이는 훌륭한 예술가여야 한다. 예술가 맞나? 맞다고? 맞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요즘의 자칭 예술가들은 예술은 사기가 아니냐고 떳떳이 입을 놀리는 자들도 많으니까.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는 경제면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보도가 된 반면, 싸이는 노르웨이 어린이가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아무튼 한국을 전세계에 알린 싸이의 공적은 인정해야겠지만, 그의 예술적 가치는 별개의 문제이다.

 

무엇 때문인지 마크는 나를 careful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것 참 신기하다, 나의 성격을 알아본다는 것이.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자전거여행을 감행하는 나를 보고서 용기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careful한 사람이라고 했드니 이 양반이 또, 패러독스가 진리라고 하지 않은가! 나는 그에 덧붙혀서 역설적이지 아니한 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마크와 나는 무언가 서로 상통하는 것이 많았다. 내가 크로키를 한다고 했더니 그도 크로키(미국에서는 프랑스어 크로키 대신에 코스튬 드로잉이라 한다) 좋아한다고 했다.

 

마크와 나는 오후 1시 45분에 송달에서 함께 내렸다. 그는 송달에서 버스를 환승해야 하는데 다시 4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푸념을 했다. 그와 아쉬운 작별을 했는데 그가 만일 한국인이었다면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송달 시내의 어느 마트에 가서 식품을 구입하여 자전거에 부착하니 무게가 버거운지 자전거가 휘청거린다. 독일에서 샀던 위스키 2병도 다 떨어져서 새로 하나 샀는데 Nkr 205에 세금 Nkr 48이 별도로 붙는다. 독일의 두 배 가격이다.

 

 

송달에서 가우프네로

 

송달 시내를 빠져나간다. 오후 2시 30분 출발.

래르달에서 버스를 탈 때는 비를 뿌리기 시작해서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송달을 출발할 때는 비가 그쳤다.

 

 

 

 

뒤돌아 본 송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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