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국제공항에는 예약되어 있었던 민박집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의 숙소로 향하는 차내에서 본 카이로는 나를 바싹 긴장시켰다.
흙빛 건물이 인도를 연상시켰고, 때마침 그 유명한 캄신(중동에서 4월경에 부는 흙먼지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나는 차내에서도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나, 길거리에 다니는 현지인은 아무도 캄신을 피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쪽 하늘을 쳐다보니 흙먼지 바람에 햇살이 산란되어 붉게 불타고 있었다.
숙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조차 나를 긴장시켰다.
짐을 싣는 엘리베이트도 그 정도보다는 나을 것이다.
숙소 주인의 말에 의하면, 이집트 인구 8,000만명 중에서 거의 2,000만명이 사는데,
카이로 시민은 살아남는 것만 해도 위대하다고 했다.
자연, 기후, 공기 및 수질 오염, 경제, 정치 등, 모든 것이 열악하다는 의미이다.
유럽을 지척에 두고 왜 이렇게도 후진적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착하고 순진하며 겁이 많지만,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면이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무바라크의 30년 독제정치에 항거를 못하는가 보다.
낫세르 대통령이 이집트인에게는 독재가 알맞다고 했다든가.
그들이 하는 일을 보면, 수동적이고 느려서 속터져 죽는다 한다.
BC 7세기에 아시리아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이래 2천 수백년 동안의 이민족의 지배에 따른 결과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시내에 나가보니, 같이 투숙한 사람은 인도보다는 수준이 조금 낫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교통질서가 엉망이고, 매연이 굉장하며, 특히 건널목이 없고 신호등도 얼마없는 것이 자전거 타기가 대단히 불편하다.
길을 건널 때는 전후 좌우를 잘 살펴서 자전거를 들고 뛰는 수 밖에 없다.
교통지옥 인도에서도 잘 다녔는데 카이로는 정말 힘들다.
길거리에는 성한 차량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인도에서 처럼 백미러가 없는 차량이 많다.
헤드라이트 자리가 뻥뚤려 있고, 아무런 안전등이 없는 것이 마치
폐차장에 방치했다가 다시 나와서 달리는 듯한 차량도 많다.
또, 이상한 것이 경찰이 무지무지 많다는 것이다. 거짓말 좀 보태면 시민의 수나 경찰의 수나 동수일 것 같다.
할일이 없는 경찰들이 무료한 시간을 잡담으로 보내거나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떼우고 있다.
실업자 구제책인가? 아무튼, 관광객인 내 입장에는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사실, 국내 총생산액의 50%가 관광수입이라고 한다.
그래서 별도의 관광경찰이 있는데 그 수가 많은 것이다.
어쩌면 독재체제의 유지용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상한 나라다.
미국 맨하탄에서는 지도 한 장과 자전거면 뉴욕시민처럼 돌아다녔는데 여기는 아니다.
길이 복잡하고, 표지판이 잘 되어있지 않으며, 그것조차도 아랍어이고, 영어가 인도보다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게에 내놓은 과일조차도 이상하게 작아서 보잘 것 없고, 먼지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서
사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개들조차도 말라빠졌고, 인도의 개들처럼 늘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