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因果法則과 無觀

박희욱 2010. 7. 7. 19:23

이십 수년전 쯤으로 기억한다

합천 해인사의 어느 스님으로부터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스님의 법명이 無觀이었고, 강연의 주제는 因果法則이었다

그래서, 나는 의자를 들고 스님의 코앞에 다가가서  앉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인과법칙에 관한 말씀은 전혀 없었고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의령벌판의 수박밭 이야기만 하셨던 것으로 기억되며

그 당시 나는 그 스님이 참으로  실없이 여겨졌다

 

無觀이라는 말은 봄이 없다는 뜻이고

봄이 없다는 말은 사물을 어떤 관념 없이 본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이며

바로, 正見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인과법칙은 마음이 만든 허구의 관념이다1

세상이 인과법칙에 따른다면 우리는 할 일이 없다

그것은 허구의 관념일 뿐만 아니라

온갖 오류의 관념을 창조하는 씨앗관념이다2

 

사실이 그러하니 무관스님이 어찌 인과법칙에 관하여 말할 수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를 인과법칙으로 한 것은 무슨 연유인가

그것은 아마도 인과법칙이 자신의 강연 처럼 공허한 관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직도 살아계실까. 해인사로 그 스님을 찾아가 뵈어야겠다

  1. 다만, 사물을 미시적으로 보면 인과법칙이 성립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본문으로]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관념을 애용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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