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나쁜놈

박희욱 2013. 10. 3. 08:02

 

이외수는 나쁜놈은 '나 뿐인 놈'에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나 뿐인 놈'은 자기중심적(egocentric)인 사람을 말한다.

나 뿐인 놈은 사회에 봉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나온 행위이다.

 

나도 나 뿐인 사람이다.

그래서 때때로 내 스스로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밝힌다.

왜냐하면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 뿐인 사람이지만 나 중심적인 사람은 아니다.

나에게는 중심이 없다.

나에게는 自와 他가 없는 세상 모든 것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 뿐인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다.

때로는 좋고, 때로는 나쁘고, 때로는 그저그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좋고 나쁘고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홀로이다.

그 홀로는 타와 분리된 홀로가 아니다.

그 홀로는 전체의 홀로이다.

 

태풍에는 중심이 있다.

은하계에도 중심이 있다.

전체 우주에는 중심이 없나니, 협소한 중심을 버려라.1

  1. 정체성을 지키라는 말은 자기 중심을 지키라는 말과 다름없다. 나에게는 아무런 정체성도 없다. 인간이라는 정체성도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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