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Nat'l Park

출발하면서(On leaving for the travelling)

박희욱 2014. 5. 20. 07:34

이번 미국서부여행은 다른 경우와는 달리 오래전부터 구상된 것이 아니고 조금 갑작스런 것이다.

이 여행에 앞서 오래전부터 먼저 남미여행을 구상하고 있었고,

올해에는 20일 정도 소요되는 미국서부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존뮤어트레일의 트레킹을 하고 싶었으나 퍼밋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트레킹 중에는 18kg 이상의 배낭을 매고 최대 1주일 정도 걸어야 하는 구간이 있어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대신에 미국서부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미국서부는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보았지만 언젠가는 미국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미국여행은 이것이 5번째이다.

1991년에 가족과 함께한 2개월간의 렌트카여행이 첫번째 여행이었는데, 그것은 21,000km를 주행한 대장정이었다.

두번째는 2004년도 5주간의 미국동부지역 미술관 순례여행이었고,

세번째는 2006년도 미국서북부와 캐나다 남서부 지역의 자전거여행이었다.

약 2개월간 주행한 거리는 약 5,800km였는데, 어느 정도의 거리인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자동차로 미대륙을 횡단하면 약 4,700km인 것과 비교하면 된다.

4번째는 2012년도의 2개월간 알래스카여행이었다.

 

애초에는 자전거만으로 여행할 작정으로 계획을 시작했지만,

지난번 미국/캐나다 자전거여행과는 달리 이번은 여행경로가 단선적인 것이 아니고,

이곳저곳을 들리면서 하이킹과 산악자전거 싱글트렉 라이딩을 하는것이라 너무 힘들 것 같았고,

여행경로에 자전거로서는 1일내에 닿을 수 있는 캠핑장이 없는 경우가 있어서 렌트카를 이용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렌트기간도 35일쯤 하려다가 47일로 연장하고 결국 61일간 렌트하기로 하였다.

렌트비는 보험료와 세금을 포함하여 $2,520인데, 47일간과 61일간의 요금차액은 단 돈 $16였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 얏호하고 소리지를 뻔하였다. 기간에 따른 적용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횡재였다.

 

이번 여행의 방문지는 대부분 이미 렌트카로 들렀던 곳이다. 이를테면,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국립공원, LA, 그랜드캐년, 모뉴멘트밸리, 아치즈국립공원, 콜로라도스프링스,

덴버, 록키산국립공원, 그랜드티턴국립공원, 옐로스톤, 솔트레이크시티 등이다.

그때는 렌트카로 그야말로 주마간산격으로 스쳐지나듯이 하였기 때문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이번에는 한 곳에 차를 파킹하고 텐트를 쳐놓은 다음에 2~3일 씩 채류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식의 여행이 될 것이다.

미국서부여행이 끝나면 LA에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백패킹으로 18일간 멕시코여행을 할 계획으로 멕시코입국 항공권을 구입하여 놓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멕시코는 나의 관심 밖이었기 때문에 남미여행계획에서도 제외된 것이었는데,

뒤늦게 여행할 만한 곳으로 나의 흥미가 이끌렸다.

 

지금까지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출발을 하였는데 이번은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을 한다. 렌트카 덕분이다.

교통사고만 조심하면 된다. 렌트카가 있으면 무엇보다도 캠핑장 찾는데 부담감이 없어지고 여차하면 차 안에서 자면 된다.

그리고 짐의 중량에 신경 쓸 것도 없다.

돈이 좋긴 좋다. 그렇다고 자전거여행보다 렌트카여행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3개월간 여행하는 동안 솔향이처럼 아무 생각없이 순간순간에 존재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