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America

엘 칼라파테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 가는 길(The way from El Calafate to Puerto Natales)

박희욱 2015. 4. 21. 00:44

2월 5일(목)

 

짐의 일부는 호스텔에 맡기고 출발하였다.

엘 칼라파테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는

파다고니아 땅은 메마르고 황량한 아무 쓸모가 없는 땅으로 보였다.

신의 완전한 실패작인 것 같았다.

칠레 국경을 넘어서부터는 풍경이 조금 나아졌다.

 

거리는 280km 정도였으나 국경을 통과하는 시간이 소요되어서 근 6시간이 소요되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행 지도

 

 

 

 

 

엘 칼라파테 버스터미널

 

 

 

 

 

 

 

 

 

 

 

 

 

 

 

 

 

 

 

 

 

 

 

 

 

 

 

 

 

 

 

 

 

 

 

 

 

 

 

 

 

 

 

 

 

 

 

 

 

 

 

 

 

 

 

 

 

 

 

 

 

 

 

 

 

 

 

 

 

 

 

 

 

 

 

 

 

 

 

 

 

 

 

 

 

 

 

 

 

 

 

 

 

 

 

 

 

 

 

 

 

 

 

 

아르헨티나측 검문소

 

 

 

 

 

 

 

 

 

 

 

 

 

 

 

 

 

 

 

 

 

 

 

 

 

 

 

 

 

 

 

 

 

 

칠레측 검문소

생물학적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칠레측의 검색은 엄격하기로 소문나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한인촌에서 구입한 몇가지 식품이 있었지만

식품소지사항에 No라고 표기한 것이 은근히 염려되었다.

 

 

 

개를 동원하여 버스에 실린 여행자 가방을 조사하는 것이 보여서 걱정이 커졌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배낭은 검문소 안에 나딩굴어져 있었다.

걸린 것이다.

 

 

 

 

여직원의 손에는 뜻하지 않은 천도복숭아가 들려 있었다.

다 먹어버렸어야 할 천도복숭아 한 개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의도한 것이 아니고 깜박 잊어버렸다고 하면서 사과를 했더니

신고서를 다시 Yes로 기입하여 제출하라고 하면서,

나의 기록이 남아 있으므로 다음번에 걸리면 벌금이 두배로 뛰어서 $600라고 했다.

 

휴! 낭패를 당할 뻔 했다.

다음부터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식품이 있으면 Yes로 기입하기로 했다.

그러면 걸리더라도 압수당하기만 하면 되니까.

아르헨티나로 들어올 때는 Yes라고 기입해도 검색을 하지 않았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버스터미널은 시가지의 외곽에 있어서 택시로 들어와야 했다.

 

 

파타고니아 아니랄까봐 그 유명한 바람이 세게 불었다.

강한 바람이 이 트레일의 최대 흠이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내려서 택시를 이용하여 다운타운으로 들어갔다.

몇 군데 호스텔 문을 두드렸으나 노우베이컨시여서 조금 긴장을 하였는데 결국 좀 허름한 호스텔에 투속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반가운 한국인을 만났는데 LA에 거주하는 교포 이원기 군이었다.

먼나라 생소한 곳에서 4박5일의 트레킹을 하는 것은 좀 긴장되는 일인데 이군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 군은 먼저 도착하여 한국에서 3년간 영어강사를 했다는 영국인 롭을 만나서 함께 트레킹을 하기로 한 상태였는데 내가 합류한 셈이다.

 

먼저 등산장비를 챙겼다.

텐트와 매트레스, 스틱을 렌트하고, 배개와 가스, 잃어버린 헤드랜턴을 새로 구입하한 다음

이원기 군과 함께 수퍼마켓에 들렸다가, 다시 식당에 나가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런 다음에 돈이 부족할 것 같아서 먼저 들렀던 ATM기를 찾아서 돈을 인출하려고 혼자서 나갔다.

그 ATM기는 가까운 곳에 있엇기 때문에 나는 무심코 밖으로 나가서 인출을 한 다음에 호스텔로 돌아오는데,

이게 왠 일인가!

도저히 호스텔을 못찾겠지 않은가!

그렇게 가까운 호스텔인데 길을 잃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하였던 것이다.

시가지랄 것도 없는 조그만 도시인데 도로가 바둑판 같아서 전혀 특정 지형지물이 없었다.

이원기 군과 함께 두번이나 밖으로 나갔지만 그냥 그를 따라다녔을 뿐이었던 것이다.

 

1시간 반 이상을 해메고 다녔던 것 같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장난이 아니었다.

자존심상 경찰서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날은 어두워져버렸다.

이원기 군이 나를 찾아서 나오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나중에 이 군은 내가 길을 잃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한다.

 

도리없이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들은 모두 퇴근하고 당직 혼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호스텔 이름이라도 알면 문제는 간단한데 이 군을 믿고서 이름조차 알아둘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관도 무척 답답했을 것이다.

 

이곳은 작은 도시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의 출발지이므로 호스텔이 수없이 많은 곳이다.

경찰관은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전화하는데 나의 이름만 가지고는 호스텔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호스텔 마다 장부를 뒤져 봐야 할 것이므로 그럴 수 밖에 없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다른 호스텔에서 밤을 샐 궁리를 하면서,

아무쪼록 내일 아침에 이원기 군과 함께 트레킹을 출발할 수 있기를 바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던 중에 경찰관이 희색이 만면한 모습으로 나의 호스텔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곧 이원기 군을 대동한 호스텔 주인이 나타났다.

나는 그 경찰관에게 최고의 감사를 말하면서 90도로 절을 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호스텔로 돌아와 보니 다른 곳은 몇번이나 뒤졌는데 이 호스텔이 있는 길은 아니라고 단정하고서 뒤돌아서버린 것이다.

인도에서도 둘이서 밖으로 나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서 무척 당황한 적이 있는데,

여행중에 둘이서 다니면 서로를 믿고 방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앞서 이원기 군과 두번 나갔던 것을 무심코 믿어버린 것이 실수였다.

 

이 호스텔에는 세계여행을 시작한지 2년이 되었다는 한국인이 있었다.

그 사람은 세계를 돌아다녀보니 한국의 시스템이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나도 동의하고 싶다.

우리보다도 사회시스템이 정확한 나라는 많기는 하지만 한국만큼 유연성이 부족한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서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역사회가 컴팩트하므로 그것에 기인하는 잇점도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