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은 수많은 등산코스를 가진 명산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습니다.
코스의 끝을 부산대학으로 잡았습니다.
오래간만에 모교를 찾아서 옛정취를 느껴보고 싶어서였지요.
그러나 입학한 지 47년이라는 긴 세월은 옛자취를 거의 남기지 않았더군요.
72년도에 입학할 때는 지금의 나이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세월은 필연적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힐끗 살아온 뒤안길을 돌이켜 보면 후회할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결코 내가 잘 살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강물이 강줄기를 따라 흐르듯이 모든 것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러나 설레는 가슴으로 들어섰던 젊음의 교문을 덧없이 떠나야 했던 것은 지울 수 없는 아쉬움입니다.
담배값조차 딸랑딸랑했을 만큼 턱없는 향토장학금으로는 사람들이 말하는 대학의 낭만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의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