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貴下와 상호준중

박희욱 2025. 2. 2. 21:43

타인으로부터 내게 貴下라는 말을 생전 처음으로 들어보았는데 참으로 어색하였다.

예전에는 편지 겉봉에 쓰였던 어휘였던 것으로 아는데,

이제는 그런것을 본 적이 까마득하다. 아직도 이 어휘가 사용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貴는 귀하다는 의미이고 下는 아래라는 의미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당신은 귀한 사람이고 나는 아랫사람이라는 의미다. 

참으로 비굴하고 아부성이 도가 지나친 더러운 말이다.

그러다 보니 들어서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역겹다. 귀할 것도 없는 나로서는

숫제 이런 말을 들어보니 기분좋기는 커녕 비아냥으로 들린다.

실재로 비아냥하기 위해서 貴下라는 말을 붙여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내게 있어서 貴下라는 말은 공손한 말이 아니라 추한 말이다.

 

한국어는 내가 아는 한 세계최고로 발달된 존댓말, 즉 경어체를 가지고 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내가 조금 엿본 영어, 불어, 스페인어에는 경어체가 없었다.

다만, 약간의 격식을 차리는 말은 있다. 우리 말로 예를 들면 '너'를 '당신'으로 하면

존댓말이라기 보다 격식을 차리는 말이다. 불어로 하면, 'tu'와 'vous'의 관계다.

영어에서 'sir'라는 것도 격식을 차려서 상대방의 신분을 인정하는 말이지

존칭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면 존중어 쯤 되겠다. 굳이 우리말로 비유하면

그것은 '대감'이지 '대감님'이 아니다. 또는 '선생'이지 '선생님'이 아니다.

 

한국어의 경어체가 지나치게 발달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과연 상대방 존중사상에서 나왔을까?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비굴한 노예근성에서 나온 말인 것으로 보인다. 노예는 자신을 낮추고

겉으로는 주인에게 공손해만 하는데 그것이 언어로 나타난 것이 경어체다.

고려시대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유교의 나라 이씨조선 500년간

길들여진 노비, 즉 노예근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만큼 상대방 존중정신이 박약한 민족이 또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내 생각에 민주주의의 요체는 상대방 존중정신에 있다. 

상대방 존중정신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면 명약관화한 일이다.

 

얼마전에 미국인 어학강사 타일러는 이렇게 말했다. 'You are a boy.'는

'너는 소년이다.'로 번역해서는 안되고 '당신은 소년입니다.'로 번역해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미국인이 사용하는 평상어 자체가 존중어라는 의미이다. 

한국어에서는 상대방 이름을 부르면 그것은 사실상 하댓말이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식이 성인이 되면 부모한테도 이름을 부르는데

그것은 결코 하댓말이 아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드시 언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들이 매우 권위주의,

즉 엄격한 상명하복인 이유가 이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한국인들에게 상호존중의식을 주입시킬 수 있을까?

교육으로?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씨조선 500년간 유교사상으로도 실패하였다. 

실패는 커녕 도리어 그런 상호존중의식을 훼손하고 말았다. 

돌 김용옥이라는 정신박약아는 공자는 한국사람이라서 자랑스런 유교사상이

한민족의 피 속에 녹아 있다고 마치 술주정하는 듯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지끌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헛소리에 박수를 치는 얼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나의 희망에 불과하지만 한국어의 경어체를 불식시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그러지 아니하고는 한국인의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상호존중정신을 함양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민주주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상에 살아있는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어버이 수령이라고 하는 민족이

이 지구상에 한민족 외에 또 어디 있을까? 아무리 불가능해 보여도

오랜 세월에 걸처서 경어체를 조금씩 불식시켜 나가야만 한다.

물론, 효과를 보려면 이씨조선 500년과 동일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거북이가 아니라 달팽이처럼 조금식 나아가야만 한다.

백년대계가 아니라 오백년대계가 필요한 일이다.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겠지, 한민족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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