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할 때는 관광모드로 우리 회원님들과 보조를 맞춰서 라이딩을 할까 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될 수가 없었다. 어차피 개별 주행을 할 수 밖에 없어서 나는 천천히 주행속도를 높혀 갔다. 얼마 후 사나이님이 나를 추월했는데, 내가 과속을 경고해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이어서, 월드맨이 카메라를 들고 사나이님을 잡으려고 전력을 다했으나, 그는 아마도 스티카 떼는 줄로 알고는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곧, 뒷꽁무니를 볼 수 없었다. 중량 55kg의 경스포츠카를 내가 어떻게 따라잡겠는가! 월드맨님은 회원님들의 멋진 라이딩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여 나의 뒤로 쳐졌다. 평지가 끝나고 산자락에서 엎힐이 시작되자 마자 급경사에 끌바를 하는 라이더도 더러 있었다. 나는 힘차게 다른 주행자들을 추월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베스트를 다하여 숨을 헐떡거렸고, 추월하는 라이더는 별로 없었다. 다리의 고통을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진행요원에게 간월재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 보니까 아직도 반이 남았다고 한다. 안되겠다 싶어서 페달링 페이스를 조금 늦추었다. 그래도 쉬었다 갈까하는 생각이 나를 유혹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뒤에서 쥬얼리가 따라오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에프엠님이 나를 추월한다. "에프엠! 같이 가!"하고 외쳐도 그는 모른 척하고 앞으로 내달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도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페이스 조절하다가 8부 능선에서 따라 잡을 심산이었는데 예상 밖에 간월재 정상이 눈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작천정에서 출발한 시각이 10시 3분 쯤이었을 텐데, 도착시간은 11시 10분 쯤이었다. 간월재 벤치에서 회원들이 모이기로 했는데, 사나이님과 에프엠님은 쉼없이 목적지 배내고개로 내달리고 없었다. 내가 일찍이 이곳 간월재에서 작천정을 내려다보면서, 여기를 업힐하여 올라오는 놈은 미친놈이라 했는데, 내가 바로 그 미친놈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토끼같은 쥬얼리를 따돌린 것이 아닌가! 그는 아마도 관광모드로 회원님들과 여유를 즐기면서 올라오는 중이겠거니 생각했다. 만세! 만세! 만세다!
나를 이어서 무한질주님이 올라오고, 연이어서 숲속님, 지루박님, 회장님이 올라오셨다. 물장수님과 천재대성, 그리고 캔디님은 보일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무한질주님과 함께 먼저 출발했다.
여기서부터는 한 번의 업힐 뿐 그 이후는 신나는 다운힐이다. 이 코스는 몇번이나 라이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눈에 익다. 팔꿈치와 다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타이어 공기를 빼서 압력을 낮춘 후 시작했다. 무었을? 내리 꽂는 다운힐! 쥑인다! 엠티비 동호인이 아니면 이 기분을 누가 알랴!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여 도움을 받기 위하여 무한질주님과 같이 출발한 것이다. 비포장 도로의 돌길에 바퀴가 튕기면서 질주하는 스릴을 아는가, 모르는가! 오늘따라 많은 등산객이 관중이 되어서 환호를 하여준다. 나도 대부분의 주행자들을 추월하면서 무인지경으로 내달리는데,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젊은 친구들 중에는 나를 횅하니 따돌려서 앞서 달아나 버리는 간 큰 놈들이 한 둘이 아니다. 위험 천만하게 보이는데, 자빠링하지 않으니까 할 말은 없다.
시원하고, 멋지고, 그리고 장쾌한 다운힐을 끝내고 조금의 업힐을 한 후, 뿌듯한 마음으로 목적지 배내재의 교육원에 도착했다. 그아!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거북이 한 마리가 눈을 껌벅거리면서 지급받은 도시락을 유유히 먹고 있지 않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더러 도시락 타서 먹어란다! 도시락이 목구멍에 넘어가겠는가? 나는 안톤 오노 뽀빠이 쥬얼리에게 또 당하고 말았다. 결국, 내가 바보 같은 토끼가 되고 만 것이다. 그는 출발할 때, 나를 따돌리고 잽싸게 출발선상에 자리 잡아서 처음부터 줄행랑을 친 것이다. 요망한 쥬얼리! 이 분을 언제쯤이나 갚아줄 수 있을까!
애초의 목적지가 사자평에서 배내재까지로 변경된 것이 다행이었다. 간월재 업힐에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을 뿐만 아니라, 유쾌한 라이딩을 하기에는 날씨 미흡하였다. 사나이님과 에프엠님은 사자평까지 왕복 라이딩을 하였다. 그들은 목적지 변경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에프엠님은 사자평 가는 길에 뒷바퀴가 고장나서 끌바를 한다고 고생하였고, 사나이님은 작천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 펑크 때문에 고생하였다. 나를 버리고 달아난 두 님은 십리는 조금 지나서 발병이 난 것이다. 나를 따돌린 쥬얼리는 발병조차도 나지 않고................!
배내재 교육원에서 얼마간의 휴식후,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마다하고, 힘이 남아도는 뽀빠이 쥬얼리의 주장으로 잔차로 작천정까지 되돌아 가기로 하였다. 배내재에서 석남사까지 멋진 다운힐 주행! 거기서 작천정까지 완만한 내리막 주행!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를 즐기면서 유유자적한 페달링을 회장님과 캔디님과 함께 하였다. 정말 행복한 라이딩이었다. 이렇게 행복은 항상 가까운 곳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찾아서 내달리고 있는가! 등억에 도착했을 때 페달링을 멈추고서, 회장님과 같이 우리가 올랐던 간월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말없이 우리보고 미소짓는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독한 사람들!"
작천정에 도착해서 펑크난 사나이를 한 참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는 몸무게가 무거워서 펑크가 자주난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물장수를 보면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 행사의 마지막 순으로 행운권 추첨이 있었으나, 신복이가 없는 행운권 추첨은 의미가 없다는 제천대성의 의견으로 일찍 귀부하기로 하였다. 나는 피곤하여 잠시 졸았는데 그 사이에 에프엠이 운전하는 차는 벌써 도시고속도로에 들어서 있었고, 황소 눈알만한 빗방울은 물장수 트럭 위에 의무를 다하고서 쉬고있는 잔차를 목욕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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