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달맞이 고개 환상의 싱글코스 라이딩

박희욱 2009. 4. 21. 20:19

집결시각 1시간 전에 김영욱님이 나의 화실로 왔다. 내가 만든 아이비 화단을 보고 정말 멋지다고 칭찬하여 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 화단을 혼자서 만든 것을 보면 나도 훌륭한 일꾼인 것 같다. 오늘 여러 회원님이 참석하시면 자랑하려고 했는데, 어제 내가 만드는 것을 이미 본 영욱님만 와서 실망이다. 그님이 오면서 집에서 부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맛있는 도나스를 가져왔지만 방금 먹은 점심 때문에 맛만 보아야 했다
.
화실을 나와서 집결지인 달맞이고개 입구에 도착해 보니 예상대로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님과 둘이서 출발하였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었다. 조금 올라가다가 ‘언덕위의 집’쯤에서 오른쪽 나무계단을 내려와서 싱글길을 타기 시작했다.

길의 상태는 김영욱님이 말한 것처럼 결코 초보자가 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멋쟁이들 중에서도 사나이님이 아니면 아무나 내려올 수 없는 급경사와 돌계단을 그님은 능숙하게 라이딩을 하였다. 자전거 라이딩의 연륜이 깊은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두어 번 끌바를 하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님도 역시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보이는 돌계단에서 자빠링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바닥은 문텐로드를 위하여 톱밥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톱밥길은 자전거 라이딩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하였는데 작업중이던 어느 일꾼의 말에 의하면 비가 와서 톱밥이 다져지면 자전거 라이딩하기에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심상한 그는 다시 시도하여 멋지게 성공하고 말았지만 나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그님을 징글리우스라고 장난삼아 놀렸지만, 알고 보니 섣불리 장난쳐도 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돈을 좀 더 벌기 위하여 무리하면 그것이 결국은 손해를 보게 한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었다. 내가 급경사를 내려 올 수 있도록 안장이 배까지 오도록 엉덩이를 빼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하니까, 그 정도의 급경사라면 욕심부리지 말고 차라리 끌바를 하고 내려오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쓸데없는 댓글이나 주절대는 나보다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서도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지 못하고 똑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길을 가다가 구렁텅이에 빠져도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구렁텅이를 나무라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면서 다음에 그런 구렁텅이를 만나면 또 빠진다. 술꾼은 술을 나무라고,골초는 담배를 나무라고, 쓰레기 투기꾼은 일회용품을 나무라는 식이다.

이 코스를 빠져 나오고 보니 청사포 입구에 신축된 교회가 있는 곳이었다. 거기서 왼쪽으로 틀어서 올라가니 내가 매일 다니는 청사포 입구의 고개다. 여기서 경남아파트 직전까지(약 20m쯤 되려나?)가서 오른쪽 비탈길을 올라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싱글길이 나타났다. 계단도 있고 몇 군데의 급경사 오르막도 있어서 끌바를 하기도 했다.

조금 더 라이딩을 하다가 경사가 대단히 급하고, 매우 길고 좁은 내리막길을 만났다. 영욱님이 의도적으로 나를 데려온 곳이었다. 나 혼자였더라면 끌바를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엄마 따라 다니는 오리새끼 마냥 뒤를 따랐다. 그래도 겁이 나서 두어번 하차하여야만 했지만 그님은 잘도 타고 내려갔다. 이 급경사 내리막은 브레이킹 연습장으로서는 그만이었다.

영욱님은 겸손한 척하지만 자전거 라이딩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기보다는 상당히 세심한 데가 있다. 얼마전에 브레이킹에 관한 글을 내가 감히 우리의 카페에 글을 올렸지만 그는 브레이킹 기술에 대하여 상당히 정통하고 있었다. 그 글은 영욱님이 감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카페의 멋쟁이라이더자료실로 옮겨서 보관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 내리막을 내려오니 멋진 오솔길이 나왔다. 우측에는 해맞이 고개를 올라가는 급좌회전 하는 곳의 칙차포장집이 보였다. 다음에 송정에서 해맞이 고개를 올라갈 때 이곳에서 우측 숲으로 들어서면 이 싱글코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척 멋진 오솔길 라이딩이었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얼마 못가서 송정터널 입구가 나왔고, 거기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서 조금 내려가니 쓰레기 소각장의 조그마한 공원이 나왔다. 이 예쁘장한 공원에 온 것은 처음이다.

영욱님은 여기서 내가 연습중인 스탠딩에 대하여 성의를 다한 설명과 시범을 보여 줬다. 사람들은 그님처럼 하지 않는다. 나도 일면 그러하지만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아는 척 한다고 핀잔들을 것 같고, 만일 잘 못 말했다가는 다음에 원망 듣고, 돈 생기는 것도 아니고’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입을 닫으려고 한다. 이를테면 사나이님! 내가 무엇을 물어보면 ‘뭐 그냥 해보면 되지요’ 또는 ‘뭐 연습하면 되지요’하는 식이다. 그리고 산에서 라이딩할 때 뒤따라가면서 좀 배울라치면 날다람쥐처럼 앞으로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마치 산타는 테크닉을 나에게는 숨기려 하는 것 같다(이 글을 사나이님은 보지 않겠지?). 다음에 스탠딩에 꼭 성공하여 영욱님에게 보답하여야겠다.

소각장 공원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데 관리인이 나타나서 우리를 보고서 매우 당황해 한다. 조류독감 때문에 출입금지인데 왜 무단출입했느냐고 난리다. 그는 무척 예민한 상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참 이상하다. 옛날에는 들어도 보지도 못했던 신종 질병들이 왜 발생하는지 알 수가 없다! 특히 광우병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의술이 해결하는 질병의 수만큼이나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는 것 같다. 또, 옛날에는 질병으로 치지도 않았던 것을 이제는 질병으로 보고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해결하는 만큼이나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나는 과학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코 인류를 행복과 풍요로움으로 이끌어 갈 수 없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은 오래 사는 것을 염원한다. 사는 것이 그렇게도 행복한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9988234를 외친다. 그래서 나는 7788즉4라고 하는데, 사실은 나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쨌든 오래 산다고 천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지상이 낙원인 것도 아닌데, 다만 죽음이 무서워서 그것을 자꾸 미뤄봐야 뭐하나. 시쳇말로 어차피 한 번 뿐인 죽음인데. 아니면, 사람들은 수명을 가지고서 타인과 경쟁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탄생이니 죽음이니 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면 안될까? 나에게는 생일이니, 사망일이니, 무슨 기념일이니 새 밀레니엄이니, 새해니,하는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또 의식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오늘의 영욱님이 말한 ‘환상의 해안 라이딩’이 끝난 줄 알았는데, 그님은 나를 한 군데 더 데려갈 데가 있다고 따라오란다. 해운대 신도시에서 처음 본 우레탄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그님이 나를 데려간 곳에는 45도에 가까운 급경사 언덕이 있었다. 나는 한번도 그 정도의 급경사를 다운 라이딩한 적이 없었다. 영욱님은 시범을 보이면서 한번 따라서 해보란다. 내가 주저하자 ‘보쌈’도 했다고 부추겼다. 나도 자전거 경력 초짜인 보쌈님한테 질 수는 없겠다 싶어서 시도를 하였는데 다행히 성공했고, 마음이 뿌듯했다. 몇 번 더 시도해 보니까 신났다. 그러자 그님은 또, 바로 그 옆에 있는 계단을 시도해 보란다. 나는 지금까지 7개의 계단은 별로 주저함이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21개 짜리 계단은 달랐다. 자꾸 부추기는 영욱님. 그래!, 보쌈보다는 내가 앞서야지!

때마침 바람이 심하게 분다. 영욱님은 신발의 클립을 빼고 시도하란다. 클립리스 페달에 클립(?)을 빼고 하자니 불안하다. 끼워서 하겠다고 하니, ‘노우!’란다. 그님은 오늘 나의 개인교수이시다. 교수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단이 완만하게 보여서 큰 두려움은 없었다.

시도! 결과는 꽈당! 앞으로 엔도(잭나이프-일본말임)를 한 것이다. 아니다. 이것은 엔도가 아니라 공중제비다.

이런 자빠링을 할 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자빠링이 일어나기 전에는 공포감을 갖는다. 그러나 막상 자빠링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공포감이 없다. 이것을 잘 이해하면 우리는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첫 번째 다행한 것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는 것. 두 번째 다행한 것은 일단 다친 곳은 없는 듯 하다는 것. 팔과 다리의 보호대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도 뼈를 상하는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팔꿈치와 오른쪽 손바닥, 그리고 골반뼈 아래쪽 허벅지가 쓰리고 아프다.

실패의 원인은 너무 천천히 내려오려다가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은 것, 교수님 지도에 어긋나는 생각이지만, 클립을 끼우지 않음으로서 체중을 발바닥을 통해서 패달에 싣지 못하고 무게 중심을 아래쪽으로 치우치게 하지 못한 것 등이지 않을까 한다. 클립리스 페달에 클립을 끼우지 않고 내려오니, 계단에서 요동치는 자전거가 몸과 함께 일체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재시도를 할까 하는데 교수님이 말리신다. 바쁜 것도 아닌데 스탠딩을 익힌 다음에 하란다. 그 말씀도 옳다 싶어서 재시도는 그만 두고 다음으로 미루었다. 교수님은 이 계단이 완만하게 보여도 계단의 디딤판이 긴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하면서, 자전거를 계단에 갖다 대고서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는데 상당한 연구가 있었던 듯해서 속으로 좀 놀라웠다.

이상으로써 영욱님과의 환상의 라이딩을 끝내고 출근해야 하는 그님과는 헤어졌다. 분명 그님의 덕분에 오늘의 라이딩으로 인하여 자신감이 약간 업그레이드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열성있는 설명과 성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징글리우스’라는 닉네임을 철회하고 다른 닉네임을 선물해야겠는데 우리 회원님들에게 멋있는 닉네임을 제안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나는 그님에게 ‘아가멤논’이라는 닉네임을 제안했더니 극구 사양한다. 내가 보기에는 아가멤논과 영욱님이 주는 이미지가 비슷한 것은 같은데 회원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저녁 먹고, 누우니 아픈 팔꿈치가 내게 말한다. "비베카 바보야! 영욱님이 자기를 "징글리우스'라고 놀렸기 때문에 너를 급경사에서 공중제비를 돌리려고 했는데 안되니까 종래에는 계단으로 유인하여 결국 통쾌하게 복수한 것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빠른 시일내에 영욱님 마음에 드는 멋진 닉네임을 선물하여 원한을 풀어야겠다. 회원님 여러분의 협조가 급합니다. 08.05.10 08:54

에구구~비베카님 뭔섭섭한말씀을 ...첫째도안전 둘째도 안전 복수 절대절대 아니고 저도 초보입니다 ....엔진이 곧 실력입니다 그리고 잔차를 타시고자 하시는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꾸벅!!높이 뛰워주신 비행기 추락할까봐 ....................진짜 겁납니다 고소공포증 ㅡ,.ㅡ 08.05.10 13:15

ㅋ ㅑ 달맞이 고개에 그런곳이 ㅡㅡ.ㅡ;; 저는 항상 달맞이를가면 그냥 도로만 타다가 내려오는데..ㅡ.ㅡ;; 그길 알아바야겠네요 언덕위의집에서 내려간다구요..흠흠 찾아바야겠네요 ㅎㅎ 글잘읽고 갑니다 ^^ 08.11.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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