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Zealand

당부의 말씀

박희욱 2010. 3. 22. 23:35

  이 번 여행을 통해서 경치가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은 각개인에 따라서 그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여행을 하는 사람의  성향과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고 또, 그 전에 어떤 곳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가에 따라서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른 여행객이 아름답다고 하였던 곳을 찾아가 보면 번번히 별것이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사람들은 주로 북유럽 사람들이었는데 대개 산이 없는 평원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겨울이면 비가 오고, 흐리고, 습기차고, 추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오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또, 동일한 곳이라할지라도 어느 계절에, 어느 시각에, 어떤 기상상태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도 풍광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이를테면 밀포드 사운드와 퀸스타운이 대표적인 곳으로, 이 두곳은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나에게는 가장 실망한 곳이다. 반대로 카이코우라 반도 같은 경우는 아무 생각없이 찾아간 곳인데도 그 아름다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가 어떻더냐고 물었지만 섣불리 답변하기가 곤란하였다. 뉴질랜드의 남섬은 어느 정도 봤다고 할 수 있으나 북섬은 극히 일부만 보았을 뿐만아니라 어떤 형태로 뉴질랜드를 여행하느냐에 따라서도 평가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에 실린 사진들은 80일간이나 자전거로, 또는 발로 걸어다니면서 좋다고 생각하는 풍경과 구도를 잡아서 찍은 것이므로,  다른 여행객이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보는 경치와는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차량을 이용한다면 좋은 장면을 포착하기가 그렇게 용이하지도 않으려니와 포착했다 하더라도 사진촬영을 위해서 쉽게 정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재로, 나와 함께 케플러 트래킹을 하였던 호주인은 내 블로그의 사진들을 보고서 사진의 루트를 따라서 다시 한 번 걷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뉴질랜드를 여러번 여행했을 것임에도.

 

  나는 패키지투어는 여행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패키지투어로 뉴질랜드에 구경간다면 상당히 실망할 것으로 보아진다. 그 패키지투어로써도 볼만한 것이 있다면 남섬에서는 테카포 호수나 마운트 쿡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투어로서는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다.

 

  말이라는 것은 조심을 해야되기 때문에 말이 길어졌지만, 간단히 말하면 뉴질랜드 여행은 트래킹을 하지 않는 여행이라면 권하고 싶지가 않다. 뉴질랜드에는 8대 트래킹 코스가 있는데 나는 그 중 4개의 트랙을 걸어보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밀포드 트래킹은 하지 못하고 말았다. 수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인데 일정이 불확실한 자전거  여행자가 수개월전의 예약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예약은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나 현지 사무실에 가서 하는 것이나 동일하다. 그러니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하는 것이 좋다.

 

  뉴질랜드 여행은 자전거 여행이든, 배낭여행이든, 렌트카 여행이든 간에 트래킹 위주의 여행을 하기 바라고, 도시에는 한국음식 보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들리지 않는 것이 일정을 아끼는 방법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남섬만 충분히 구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경우는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를 통해서 출입국하면 된다. 뉴질랜드는 완전한 관광국가로서 여러가지 액티브티(어트랙션)을 개발하여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비워주려고 무척 애를 쓰는데 그것이 대단히 비싸다. 이를테면 번지점프는 점프높이에 따라서 다르지만 $130 정도나 하는데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는 몰라도 나로서는 어리석은 일로 보인다. 공짜면 해볼만 하겠지만 돈내고 할 마음은 없었다.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서, 귀국하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찾아보고, 특히, 배낭에 며칠분의 식량과 텐트를 지고서  유명산들을 다니면서 시각에 따라서 변하는 산의  아침과 저녁의 모습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80일간이나 한바도를 자전거나 발로 걸어다니면서 여행을 한다면 나의 블로그에 올려진 뉴질랜드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들을 얼마든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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