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베토벤은 신의 소리에 근접했다는 그의 현악4중주 작품 중에서
마지막 곡 제16번(op. 135)의 종악장을 마무리짓고나서 악보에 이렇게 썼다
'그래야만 하는가?(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그는 자신의 운명을 뒤돌아 보고서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는 그 곡을 완성한 다음해인 1827년 3월에 운명하였다
아마도 평안히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의 음악은 인류문명이 절멸할 때까지 영속할 것이다
그의 최상의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無로 이끌어 들인다
無는 본래부터 없음이기 때문에 영원불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無는 없슴에 의한 있슴이다(공즉시색)
베토벤은 만 56세를 넘기고 4개월을 더 살다가 죽었다
그러므로, 나 같은 존재는 이제, 언제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가 구상했었으나 신이 허락하지 않았던,
교향곡 제10번의 탄생을 위한다면, 나는 그에게 내 생명을 기꺼이 바치고 싶다.1
그리하여,
나는,
그의 음악이 인도하는 곳,
無로 돌아가련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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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는
<있다/없다>, <There is/There is not>, <有/沒有> 등과 같은
이분법적, 상대적 개념을 넘어선,
말하자면 절대적인 空을 일컷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