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실

베토벤의 귀2

박희욱 2011. 7. 23. 08:50

  베토벤은 나에게 뛰엄뒤엄 끊어지는 몇 마디 말로 친절하고 샹냥한 인사를 건네 주더군요.

나는 할 수 있는 한 목소리를 높여 아주 천천히, 똑똑한 발음으로, 온 마음을 댜해 그의 작품에 대한 나의 감사를 그에게 전하려고 했어요.

그의 작품들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또한 내 생명이 지속되는 동안 그것들이 내게 어떤 역할을 하리라는 것에 대해-나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그의 작품 몇을 들면서 그것들에 대한 내 의견을 늘어놓았어요. 또한 그의 모든 교황곡들이 겨울 시즌 때마다 정규적으로 연주되며, 대중들이 얼마나 큰 기 쁨으로 그것을 즐긴다는 것도 애기 했지요.

 

  그는 내 곁에 바싹 붙어선 채, 긴장된 주의력으로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다가 머리를 떨구었어요. 그런 다음 그는 시종 한마디 말도 없이 혼자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더군요. 그는 내 말을 이해했을까요? 베토벤이 자리를 뜬 다음에 주위의 사람에게 그걸 물었더니 어께를 어쓱하면서 대답했어요. "한다마디도 못 알아들었어요!" 오랫동안 우리는 입을 다문 채 앉아있었어요.

 

  내가 그 자리를 뜰 때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감정을 나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음악의 소리로 전세계를 위안해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한마디도 들을 수 없다니! 자신에게 감사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목소리조차도! 아아, 그에게 있어 내가 말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고문이 되고 말았군요. 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으리라 결심했어요. 그는 내게 풍요하고 공격적인 지성과 한정없는, 결코 지치지 않는 상상력을 지닌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프리드리히 로홀리쯔(1760~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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