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함부르크1(Hamburg)

박희욱 2013. 8. 25. 07:25

 

 

5월 22일(수) 비 후 흐림

 

엊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서야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찌푸려 있고 시야까지 흐르고 바람도 불었다. 최저기온은 7도.

텐트와 풀밭도 젖어 있어서 여기에 빗방울까지 떨어지면 최악이다.

일단, 짐을 대충 챙기고 텐트를 걷어서 자전거에 부착한 다음 서비스하우스로 가서 거기서 다시 짐을 정리하고,

라면 1개를 먹고 출발준비를 완료하니 벌써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캠핑장을 떠나서 브레멘 중앙역에서 11시 열차로 함부르크에 도착한 것은 12시 30분경이었다.

 

 

Dicter Sobieralski (http://www.sobi2013.blogspot.de/)

성이 러시아식이라고 했더니 100년전에 선조가 폴란드에서 독일로 이주했다고 한다.

올해 65세로 은퇴하고,

 덴마크에서 스웨덴과 핀란드를 거쳐서 북극 노르드캅까지 60일 여정으로 오늘 도르트문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발전장치까지 부착한 모든 장비가 신품이다.

장기간 여행이 처음이라서인지 약간 긴장한 표정이다.

덴마크 국경도시인 플렌스부르크까지 열차로 이동한다.

 

 

역에서 내리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기온은 10도인데 궂은 날씨에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까 체감온도는 겨울이다. 길도 모르는 도시에서 호스텔을 찾아가려니 아득하기만 하다. 스마트폰에 저장한 부실한 지도에 의지하여 겨우 호스텔을 찾았는데 전혀 예기치 않게 만원이란다. 빈 방은 더블룸 밖에 없는데 55유로라 한다. 난처해 하니까 근처의  다른 호스텔을 소개해 주겠다면서 볼펜으로 지도 위에 점을 찍는데, 도로 위에다가 점을 찍는다. 도로위가 아닌 정확한 위치에 표시해 달라고 하니까 가보면 안단다.

 

구글지도에는 이 근처에는 이 호스텔 밖에 없었다. 좀 의아스럽게 여기면서 찾으러 나섰지만 아무리 삿삿이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되돌아 와서 그 사실을 말하니 아까 말했던 방을 49유로까지는 해줄 수 있는데 그 이하로는 안된단다. 아무래도 그 흑인 여자가 나를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내가 되돌아 올 줄 알고 유령 호스텔을 가르켜 준 것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구글지도를 뒤져보아도 그런 호스텔은 없다. 내 경험으로는 흑인들은 믿을 수가 없다. 악의가 있든 없든 믿을 수가 없다. 인종차별이라고 해도 달리 도리가 없다. 미국 시카고의 흑인 동내에서 가계를 하던 내 친구는 흑인들은 천형을 받은 인종같다고 했다.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말만큼 아무도 믿지 않는 참말은 없다.

 

다행이 그 호스텔 바로 곁에 캠핑장이 있었다. 본래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 캠핑장을 검색해 보았지만 구글지도의 위성사진으로 볼 때는 아무리 보아도 캠핑장 같아 보이지 않아서 포기 하고 그 호스텔에 묵기로 한 것이었다. 가서 보니 여기는 도심지라 여느 캠핑장과는 달리 마치 주차장 같은 데에 캠프밴을 주차해 놓는 곳이었다. 텐트도 젖었고 침낭도 조금 습기가 차고 해서 텐트에 자기가 싫었지만 이 캠핑장에 있는 55유로짜리 더블룸의 유혹을 물리치고 16.7유로 짜리 텐트사이트에 텐트를 쳤다. 여기도 조금만 늦었드라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뻔했다.

 

 

 

 

 

 

 

내 텐트 쪽에서 입구쪽으로 본 모습

 

 

 

텐트를 쳐서 말리고 짐을 정리한 다음에 샤워를 하고 나니 근 오후 5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아침에 라면 1개를 먹고 종일 버틴 것이다. 여행자는 그날 밤을 지낼 장소를 찾아 놓지 않고서는 편안히 밥을 챙겨먹을 여유가 없다. 부근에 있는 수퍼마켓 REWE에 가서 샌드위치 2개와 커피 1잔으로(6유로) 빈 배를 급히 채웠다.

매장에는 수많은 와인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가격이 거의 대부분 3~5유로 짜리이고, 특별히 비싼 것도 9.9유로이다. 우리는 얼마나 비싼 와인을 마시고 있는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파리 드골공항에서 100달러 짜리 와인을 사려고 하니까 점원이  정말로  사겠느냐고 되묻더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은 그런 고급 와인의 맛을 감별할 수 있는 혓바닥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와인의 본 고장 지중해의 프로방스에 가서 100일 동안 작심하고서 와인맛을 알아보려고 시도해 봐도 모르겠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와인맛을 감별하려고 드는 것은 서양인이 된장맛을 감별하려고 드는 것과 마찬가지일 게다. 특별히 예민한 혓바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당한 선에서 와인맛을 즐기는 것이 어떨까 한다.

 

저녁 늦게는 구름이 조금 걷히고 바닥이 마르기 시작한다. 기온은 9도. 바람소리가 을씨년스럽다.

 

 

그대는 부모가 그대를 낳았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수많은 생을 거치고, 또 그대의 부모를 거쳐서 왔다

 

마치 들판의 들불이 거쳐가면서 새로이 불꽃을 피우듯이

 

이것은 그대가 독립된 하나의 개체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때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5월 23일(목) 가끔 구름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 하면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가 떠오른다. 또 브람스 하면 북독일의 음울하고 습기찬 검은 회색빛의 독일 흑림을 연상시킨다. 내게는 그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는 작곡가이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이름은 무척 로맨틱하면서도 친밀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브람스의 자장가 때문인지도 모르고, 작곡가 중에서 가장 부더러운 인상을 주는 외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의 소수의 몇 작품 외에는 선듯 손이 가지 않는다. 그의 음악에는 관현악법은 훌륭할지 몰라도 매혹적인 선율은 별로 없어 보인다. 회화에 있어서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묘미가 있어야 한다. 음악에도 회화의 묘미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지루한 음악이 되기 쉽다.

시외에 있었던 그의 생가는 2차대전 중 폭격으로 소실되고 그 자리에 기념비만 서 있다고 한다.

 

아침 7시 30분에 온도계를 보니 6도인데 바람이 조금 불어서 춥다. 낮 최고온도는 11도.

아침에 캠핑장에서 호주 퍼스에서 탄뎀 자전거를 가지고 온 부부를 만났다. 이 부부도 올해 65세에 은퇴를 하고 야심차게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를 포함해서 6개월간 여행을 하려는 계획으로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남편 Pierre의 허리에 문제가 생겨서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자전거는 유료 창고에 맞기고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는 딸네집에 거서 3주간 요양을 한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여행을 시도하겠다고 한다. Pierre는 그렇게 강건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아내(Eleanor de Kock)가 매우 적극적인 성격인 것 같았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짐을 부착하느라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말하는데  내 생각일 뿐인지는 모르지만 피에르의 허리통증은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이 보인다. 용감하게 호주를 출발했는데 6개월간 탄뎀 자전거로 굴러다녀야 할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메일(pierredek@gmail.com)을 보내 보면 알겠지만 아마도 계획을 대폭 수정했을 것이다. 호주에 오면 자기 집에 머물러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못하는 노르웨이 여행 후에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면서 헤어졌다.

 

 

 

함부르크항

유럽에서 하역량이 1~2위를 다투는 대규모 항이다.

 

 

 

 

 

 

 

 

 

 

 

 

 

 

 

 

 

 

 

 

 

 

 

 

 

 

 

 

 

 

 

 

 

 

 

 

 

 

 

 

 

 

 

 

 

함부르크 중앙역

 

 

 

 

 

 

 

 

 

 

 

 

 

 

 

 

viktor Reisen(info@japan-reisen.de, www.japan-reisen.de)

여기서 점심을 먹다가 만난 사람인데 나의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길레 의심을 하였다.

느닷없이 나의 자전거 여행에 관심을 표시하여 혹시 무슨 바람잡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관광업을 하고 있어서 한국에도 몇 번을 다녀갔으며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알고 있었다.

딸 둘과 함께 뮌헨으로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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