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오슬로1(Oslo)

박희욱 2013. 8. 29. 16:49

 

 

 

 

5월 30일(목)  맑음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에 오토는 잽싸게 스카겐으로 출발해버렸다. 매우 기동성이 재빠른 사람이다.

어느 사이에 시계는 8시 반이다. 부랴부랴 출발 준비를 서둘러서 프레데릭스하운 부두의 페리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예약 티켓을 드라이브인 창구에서 승선권으로 바꾸고서 차량과 함께 대기선에 승선을 위한 줄을 섰다.

자전거는 일반승객과는 달리 차량대기선에서 기다렸다가 승선하여야 한다.

 

 

  프레데릭스하운 부두

 

 

 오슬로행 페리

승객은 위의 육교를 통해서 승선하고

자전거와 차량은 여기서 대기한다.

 

 

 

 

 

 

 

 

 

 

 

 

 

 

 

 

 

 

 

 

 

 

 

 

오슬로행 페리에서

 

 

 

 

 

 

 

 승객들은 대부분 노르웨이에 관광하러 가는 은퇴한 노인들이었다.

 

 

 

 

 선내 수퍼의 위스키 잭다니엘의 가격은 독일 가격의 두배였다.

 

 

 

 

뜨게질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도 어렵게 되었다.

나의 자전거여행만큼이나 비능률적인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성취한 욕망으로부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성취에 의해서 욕망이 사라짐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는 것일까?

 

 

 

 

 

갑판

 

 

 

 

 

 

 

 

 

 

 

 

 

 

 정박 30분 전부터 하선을 서두는 승객들.

하선은 그로부터 또 20분 후에 시작하였다.

바쁜 것이 한국사람만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옆자리의 노르웨이 노인도 저렇게 줄서는  것을 우습게 여기는 듯했다.

우리는 그렇게 쓸데 없이 줄서는데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가 승객이 거의 모두 내린 다음에 나도 내릴려고 보니까 여기는 하선엘리베이트가 아니고

비행기에서 처럼 바로 터미널로 연결되는 육교로 연결되어 있었다.

깜짝 놀라서 황급히 아래 데크로 내려가서 모든 차량이 하선한 텅빈 데크에서 자전거를 타고 배의 바깥으로 나가 보니

그 큰 배에서 내가 마지막 하선객이었다.

 

하선할 때 여기 오슬로는 훨씬 북쪽인 것을 염두에 두고서 옷을 여러겹 껴입고 내렸는데

오슬로의 기온이 제일 높아서 다시 옷을 벗어야만 했다.

 

 

 

오슬로 도착

 

드디어 노르웨이에 도착하였다.

여기서부터 이번 여행의  본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며, 독일과 덴마크는 오픈게임이었다.

 

돈없는 여행자가 여행중에 제일 부담스러운 것이 숙소를 찾는 일이다.

돈만 많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택시를 잡아타고서 원하는 곳을 말하기만 하면된다.

더구나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캠핑장으로, 모르는 길을 찾아서 갈 때는 자칫하면 헤멜 수가 있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럽다.

행인들에게 캠핑장 위치를 물어 보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알아도 설명해주기도 쉽지 않고, 듣는 나도 알아 먹기가 어렵다.

상상해보라. 지금 여기서 이곳 지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무한  어떤 외국인에게 그가 찾는 목적지를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지도를 보고서 대충 방향을 잡아서 부두를 출발하였다.

몇 번 물어서 길을 가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주머니에게 다시 길을 물으니 자신을 따라오란다. 길은 오르막이었고, 그 아주머니는 날쎄게 페달링을 하는 거였다.

짐을 잔뜩 실은 나는 민폐를 끼칠까봐 온 힘을 다하여 그녀를 뒤따랐다. 모르는 길을 달릴 때는 교통사고가 겁나기 때문에 바싹 신경을 써야 한다.

한참 땀을 흘리며 가다가 그 아주머니는 캠핑장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가리켜 주고 사라져버렸다. 뜻하지 않게 캠핑장은 산위에 있었다. 만일 그 아주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을 것이다. 조금 숨을 고르면서 져지를 벗고 아예 러닝 차림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능선에 올라서서 어떤 사람에게 물으니 손가락으로 가르켜준다.

드디어 찾았구나! 근데 어떤 젊은 친구가 다가오더니 어디를 찾는지 묻는다. "캠핑장!" .

그는 캠핑장을 가리키면서 "지금은 문을 닫았어. 6월 달부터 문을 열어."

이런 낭패스러운 일이! 이곳은 오슬로의 하나밖에 없는 캠핑장이다.

"문을 닫았어도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면 안돼냐?"

"안돼!"

"헉!"

 

다른 도리가 없어서 나는 시도해보겠다고 하자 그는 "Good luck!"하고는 가벼렸다.

들어가 보니 역시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캠핑장이다. 여기서  무단 캠핑을 할까 하다가 조금 전에 다른 캠핑장이 있다고 한 어떤 검뎅이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아는 한 다른 캠핑장은 없지만 어쩔 수가 없다.

 

밖에 나오니 무슨 단체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스무명 쯤 모여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돌아나오는 나를 보고서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여기서 캠핑을 해도 된다는 거였다.

"다른 캠핑장을 찾아가려면 여기서 20km는 가야 한다. 근께 그러지 말고 여기서 텐트를 쳐!" 참 반가운 말씀이다.

물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있단다. 그렇지만 화장실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물만 있으면 되었다. 여기는 더 넓은 터에 온통 잔디밭이다.

 

화장실이야 이 넓은 곳 적당한 곳에 내가 유용한 거름을 좀 준다고 해서 그렇게 나쁠 것은 없겠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지뢰를 밟지 안토록 하면 될 터이다.

근데 그 반검뎅이가  가르킨 캠핑장은 어디를 말한 것일까? 나에게 무슨 원한도 없는 놈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 턱은 없고, 지금 생각해보니 잔디 축구장 옆에 텐트를 치면 된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검뎅이는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

 

캠핑장은 무척 넓다. 자전거를 잔디밭에 뉘어 놓고서 찬찬히 둘러보아도 수도꼭지는 있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 폐장한 캠핑장에 수도를 단수시키지 않을 턱이 없다. 10여개의 화장실 WC와 함께 샤워장은 문이 굳게 잠겨져 있다.  수도의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낭을 가지고 산기슭 아래로 물을 구하러 내려가야한다. 이때 바로 곁은 지나가는 행인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더니 바로 곁의 수도꼭지를 가르켜 준다. 틀어 보았더니 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얏호! 그것은 유일하게 급수가 되고 있는 캠핑장 관리용 수전이었다. 차가운 물에 수건을 적셔서 몸을 닦아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오늘 캠핑장으로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텐트를 치고나니 저녁 8시 20분이다. 위도가 높아서 아직 해가 진 것은 아니었다. 몸을 좀 닦아 볼까 하고 수도쪽으로 가려다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하여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역시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표시가 없는 문이 하나 있어서 열어보았더니 쓱 열리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것은 화장실이었다. 대변기가 있었다. 어? 샤워까지! 여기서 비록 찬물이지만  샤워를 할 수 있겠구나! 더운물이야 나오지 않겠지 하면서 꼭지를 틀어보니 이게 왠 일인가! 더운 물이 나오는 거다! 머 이거, 기분이 나쁘잖아! 너무 갑작스런 대박이라서 기분이 나쁘다는 말이 먼저 머리를 스쳤다.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온몸에 비누를 칠하고 있는 찰라 문이 쓱 열리는 것이다.

나도 쓱 쳐다보니 어떤 사나이가 눈을 눈을 부릅뜨고 있는게 아닌가!

"너 이리 나와!"

"아, 알았시유! 죄송해유!"

 

그는 문을 닫아주었다. 이왕 엉덩이를 깠으니까  낸들 달리 어쩌겠는가. 나는 느긋하게 샤워를 끝내고 문을 열고 나가니 이 친구가  앞에서 버티고 서있다.

이런 경우는 해쪽이 미소를 짓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나는 코리아에서 노르웨이에 자전거여행을 하려고 왔는데, 이 근처에 다른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텐트를 쳤다. 당신 허락도 없이 텐트를 치고 편의시설을 이용해서 정말 미안하다. 당신한테 캠핑장 사용료는 지불하겠다."

나는 여유가 있었다. 샤워를 했겠다, 급수시설을 보아두었겠다, 쫓겨나도 근처에 잔디밭은 넓고도 넓어서 잔디축구장도 있었다.

그 친구도 이렇게 나오는 나를 어쩌겠는가. 이미 볼  일을 다 본 놈을 잡고 시비를 걸어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것은 아는 그 친구는 표정을 누구러뜨리고,

이 캠핑장은 내일부터 오픈을 하니 그때 리셉션에 가서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하면서 자동차문을 굳게 닫은 다음에 차의 시동을 걸고서는 나의 텐트 앞으로 지나갔다.

나는 그에게 기쁘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도 답례를 해주었다. 거기는 관리인 화장실겸 샤워장이었던 것이다.

 

저녁을 지어먹고나서 머그잔에 커피를 들고서 느긋하게 캠핑장을 한 바퀴 산책을 하고 텐트로 돌아오니 시계는 벌서  10시가 넘었지만 아직도 어둠이 완전히 내리지 않았다. 오늘은 이 넓은 캠핑장을 혼자서 독차지 하는 거다.

 

 

 부두에서 캠핑장 찾아가는 길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공사비가 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Ekeberg 캠핑장

 

 

 

 

 

 

 

에크베르그 캠핑장

 

 

 

 

 

 

 

 

 

 

 

 

 

 

 

 

 

 

 

달의 현이 거의 수직인 것이 한국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서 조금 괴이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넓은 캠핑장이 오늘밤은 나홀로 독차지다.

 

 

 

5월 31일(금) 맑음

 

간밤에 꿈을 꾸었다. 어릴때부터 꾸는 유치한 꿈이다. 나는 날아서 도망가려고 하는데 나는둥 마는둥  하는 꿈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마음대로 달아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나를 쫓아오는 자는 나를 잡지는 못하는 그런 꿈을 아직도 꾸고 있다.

께어보면 허망한 꿈이다.

우리가 사는 삶도 이러한 꿈과 같은 것이 아닐까. 아무도 쫓아와서 우리를  잡지 못하는데도 언제나 쫓기면서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그러면서 소중한 것은 항상 뒤로 미루거나 놓치면서 삶은 점점 소진되어 가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동녘하늘을 바라보니 아침노을이 물들어 오고 있다. 그러나 시계는 아직도 새벽 3시 20분이다.

오늘 아침의 날씨는 일단 빛나는 날씨로 시작한다.

 

 

캠핑장의 아침

 

이른 아침의 긴 그림자

 

 

 

 

저멀리 캠핑장 입구가 보인다.

 

 

 

 

 

사과꽃

꽃봉오리가 막 피어나려고 할 즈음에는 봉긋이 솟아오르는 처녀의 젖가슴 같고,

꽃이 만개를 할 때는 소복을 입은 단정하 여인과 같다.

 

 

 

 

 

 

 

 

 

건너편에 오슬로 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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