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십자가

박희욱 2015. 10. 17. 04:19

사람들은 마음을 비운다고 하면서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


마음은 몸에서 비롯되기는 하나,


마음이 몸이고 몸이 마음이므로 몸과 마음은 不二이다


그러므로 몸을 버리지 못하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몸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마음이라 하지 말고, 몸이라고도 하지 말고 몸마음(心身)이라고 하라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먼저 몸을 버려라


이차돈처럼 자신의 목을 단두대에 올려라


내려치는 도끼날을 머리로 막아라


날아오는 창날을 가슴으로 받아라


그리고 예수처럼 십자가에 올라서서 손과 발에 쇠못을 박아라


그러면 몸이 사라지고, 몸이 사라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예수는 스스로 십자가에 올랐다 


예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비우도록 수많은 설교를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몸을 희생시키기로 했다


자신의 몸을 버림으로써 마음을 버리는 길을 보여준 것이다


십자가는 몸을 버리는 곳이기도 하고, 동시에 마음을 버리는 곳이다


십자가를 그을 때는 거기에 몸도 마음도 쇠못으로 매달아 버려라1 



  1. 모든 욕망은 자신의 몸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심리적인 욕망이라 할지라도 그 뿌리는 몸에 있다. 몸을 버리지 않고서는 욕망을 끊을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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