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그대는 침묵이다

박희욱 2015. 10. 7. 22:05


그대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벗겨버리고, 뜯어내고, 부셔버려라



그대를 보호하기 위한 두꺼운 외투도 벗어버려라


그대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정장도 벗어버려라


그대의 윤리를 지키기 위한 셔츠도 벗어버려라


그대의 도덕을 지키기 위한 속내의도 벗어버려라


그대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몸의 피부도 벗겨버려라


그대의 욕망으로 가득찬 살점도 모두 뜯어내어버려라


그대의 존재성인 뼈대조차 부셔 없애라



그리하여 텅빔만 남게 하라


그렇다고 텅빔을 끌어안고 있지는 말라


그 텅빔조차 내버리면 침묵만이 남을 것이며,


그때 그 침묵이 바로 진정한 그대이다, 그대 없는 그대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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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나 예수 같은 사람은 부모조차 버린 사람이다

그런 무심의 사람에게 양심 같은 것은 묻지마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나를 버리지 못한다

실재로는 가진 것들 자체가 바로 나이며, 그것과 별개인 나는 없다


붓다는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마지막 남은 몸뚱아리를 위하여 동냥그릇을 들고 탁발을 하였지만

그 몸도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예수는 그 몸뚱아리조차도 십자가에 매달아버리고 승천하였다


나가 없는 그대의 모든 행위 즉, 무위는 무엇이든 옳다, 아니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선악이 없는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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