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land

Kerry Peninsula(Green wood Hostel-Ballinskelligs Beach)

박희욱 2018. 9. 21. 18:51

5월 27일(일)


오늘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어떻게 할 것인가.

비를 맞으면서 출발할 것인가. 내가 서둘러 출발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루 쉬고 가자. 그간 8인실 돔룸이나 텐트에서 지내지 않았는가. 

25유로 짜리 싱글룸에서 하루 더 지낸다고 나쁠 것이 무엇인가.

언제 다시 이런 저렴한 싱글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루 쯤 힐링하면서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리해서 리셉션으로 가서 오늘 하루치 숙박료를 지불하고 나오는데 하늘이 개이기 시작한다.

여기 주위에는 아무 볼 것도 없는 외딴 곳이고, 투숙객도 한 두 사람밖에 없는 한적한 곳이다.

그 한적함이 좋지 않은가.


그러나 하늘에 다시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오후에는 빗방울이 이슬처럼 내렸다.

어제 저녁에 빨래를 하고 남았던 라이딩 바지를 빨고나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하루를 지내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아내와 몇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고, 책도 있고, 커피도 있고, 맥주도 있고, 와인도 조금 남았고,

최후로 헤네시 꼬냑도 나를 받혀주고 있다. 아직 음악도 듣지 못했다.


아침은 라면 2개로 하고, 점심은 할머니가 주신 케익 3개로 떼우고, 저녁도 라면 2개로 해결해서 짐의 부피를 줄여야겠다.

내가 하루 세끼 음식에 연연했다면 여행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남는 것이 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간밤에 단잠을 자고서도 낮잠을 잤다.

내가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비결도 잠을 잘 잔다는 것이다.


여기는 Midge라는 놈들이 있는데 초파리보다 훨씬 작다. 이 놈들이 자기들 몸집을 믿고 막무가네로 달겨든다. 

몸집이 작아서 머리카락 사이로 침입하는데 너무 작으니까 손으로 떼려잡을 수도 없다. 

요놈들이 경비행기라면 모기는 대형여객기이다. 그런데 무는 통증은 모기의 그것을 능가한다.

잡혀 죽을 염려가 없으니까 숙주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타액을 분비할 필요가 없는가 보다.

고약한 놈들이다. 이번 여행에서 모기를 발견한 적은 없었다. 이놈들 등살에 모두 달아났는가.



5월 28일(월)  운천, 점차 개이어서 오후 늦게는 쾌청














역시 장거리 주행은 페달링을 가볍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주행도 어려움이 없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둘기 울음소리가 정겹다.

한국에서도 오랜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다.

비둘기의 움음소리는 만국공통어인 모양이다.




















독일의 킬과 라이프찌히에서 온 걷기 여행자

역시 독일인이라야 이런 힘든 일을 해낼 수 있다.

1 주일간 걸어러 왔단다.

케리반도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것이 독일인들에게는 인기인 모양이다.

































































Madeleine Maria Weber

www.madeleinemariaweber.com

아일랜드의 비가 좋아서 독일 베를린에서 이주해서 13년째 거주 중이란다.

그것 참! 비가 좋다니?

사진작가이면서 수채화를 그린다고 했다.





그녀의 사진 갤러리

사진을 구경하기 위해서 들어갔는데, 닫혀 있던 문을 나를 위해서 열어 주었다.




Ballinskelligs Beach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의 하나다.

여기에 도착하여 호스텔을 찾아갔으나 돔룸은 없고 싱글룸은 35유로라 해서 30유로로 해달라고 했더니 비치로 가서 텐트를 치라고 했다.

비치로 돌아와서 보니 어떤 할망구가 여기서 텐트를 치면 안된다고 하면서 8km 정도 떨어진 곳에 캠핑장이 있다고 했다.

그쪽 방향으로 달려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비치의 둔덕에 텐트를 쳐버렸다.

만약 호스텔 싱글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더라면 이곳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에서 발가벗고 찬물을 끼얹고 있자니 어떤 여자가 문을 열고 쑥 들어왔다.

알고보니 여자화장실이었다.

나보다 그 여자분이 더 민망해할 것이다.

나도 여행경력이 쌓이다 보니 배짱이 두둑해졌다.





저 아무것도 아닌 밸린스켈릭스 성이 이곳의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다.

그림은 주체와 배경이 어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