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다리위의 거주처

박희욱 2022. 8. 15. 20:32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다리위의 그대여,

 

그 다리위에 거주처를 마련하려들지 마라

 

금력을 쌓아서 저택을 짓지 말며,

 

권력과 명예로써 불필요한 가구들을 들여놓지 말고,

 

지식과 학식으로써 회칠하려들지 말며,

 

믿음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윤색하지 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몸에는 남루를 걸치고,

 

머리속은 비우고서 가슴이 이끄는대로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슬픔이 오면 슬퍼하고 아픔이 오면 아파하면서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지나가라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아도 홀로 발걸음을 옮겨라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나니 아무것도 내치지 마라

 

빛이 난다고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이런저런 그를싸한 말들을 머리속에 담고 다닌다면 

 

그것이 바로 다리위의 거주처에 갇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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