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57

희수

희수의 나이를 넘어서 벌써 3년째를 맞았습니다.옛날로 치면 희귀할 정도로 오래 살았습니다.이제 세상과의 인연을 끊을 때가 되었습니다. 사실로 말하면나는 이미 세상과의 연결고리는 끊어졌다고 말해도 큰 실수는 아닙니다.이제 남은 연결고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관한 관념, 개념, 이념 정도입니다.그러한 것들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생각은 일종의 환영입니다.이제 그런 환영을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살아야겠습니다.말하자면, 무념으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아마도텅 빈다는 말은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그러면 사실상 이 세상과도 완전히 결별하는 셈이 됩니다.덧없는 세상과 더불어서 살 이유가 없는 나이가 된 것입니다.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이 생각납니다.

끄적거림 2024.04.26

향수

향수의 가인 이동원님도 고향으로 돌아가시고, 높다란 청청 대나무같았던 박인수님도 훌쩍 떠나버리시고, 그나마 존경했던 법정스님도 은거하던 산속에서 홀로의 촛불이 꺼진지가 벌써 10여년이 지났고, 언제라도 곁에 계시리라 여겼던 이땅의 마지막 참지성 김동길님도 하늘의 별이 되시고, 가까이 지내던 모든 이들이 어느듯 평원의 지평선 쪽으로 아득히 멀어져 버렸으니 나는, 내 어릴적 외톨이 외갓집처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 되어버리고 말았구나. 서쪽하늘 가물거리는 작은 별처럼 영원의 어둠속으로 말없이 사라지기도 전에.

끄적거림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