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57

인생

인생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니, 탄생도 없고 죽음도 없어라 나는 정처없이 걸어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리라 목적도 없고 희망도 없으니 멀리앞을 쳐다볼 필요도 없고, 뒤돌아볼 필요도 없어라 길을 가다 괴롭거나 슬프거나 할 때면, 행여 희망과 기대를 등짐지고 걸어왔는지 나를 돌아보리라 나는 그렇게 걸어 걸어서 안개속으로 스스럼없이 사라질지니

끄적거림 2020.09.28

낙엽

오늘아침 바깥에 나가보니 아파트 벗나무들이 누른 낙엽들을 떨어뜨리고 있다 나도 더 늙기전에 벗나무처럼 내몸에 붙어있는 누른 낙엽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싶다 누른 낙엽들 사이에는 9월이 되기도 전에 벌써 붉은 단풍이 되어서 땅바닥에 누워 있는 것들도 있다 나도 시든 낙엽이 되어 나무가지끝에 매달려 있다가 찬바람에 시달리다 못내 떨어지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10월이 오기전에 저 붉은 단풍처럼 살랑거리면서 나무에서 내리고 싶다

끄적거림 2020.08.30

곁불

오늘 비를 무릅쓰고 지리산 2박 3일 트레킹을 갈 예정이었는데 동행자가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여행중에는 비를 맞기도 하므로 내년의 TMB 적응훈련을 하려고 한 것이었지요. 그래서 이왕 칼을 뽑은 것, 오늘 호박을 찌르려고 장산에 올랐습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흠뻑 맞고 싶어서 우산도 없이 올랐습니다만, 그렇게 큰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자전거여행만 그렇겠습니까. 우리의 삶에도 햇빛이 빤짝이는 날이 있는가 하면 가끔 비가 내리는 궂은 날도 있지요. 우리는 비 맞기를 두려워 하지만 막상 맞아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며칠전에 이런 글귀를 보았습니다. '나는 삶의 불꽃 앞에서 두 손을 따뜻이 쬐었다. 이제 불꽃은 꺼져가고 나는 떠날..

끄적거림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