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그대는 無이다

박희욱 2009. 4. 18. 12:25

그대는 無이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고, 두려울지라도 그대는 無이다

그대는 대나무 같이 비어 있는 존재이다

눈을 감고 그대 내부를 수색해보라

아무 것도 찾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대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그것은 그대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사라지면 그대 또한 사라진다

그것은 그대가 욕망하기 때문이다

욕망이 사라지면 그대 또한 사라진다

사실, 생각이 욕망이며, 욕망이 생각이다

생각과 욕망이 사라지고, 그래서 그대가 사라진다면

그대는 無限에 이른다

無限을 가둘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그대가 無限에 이른다면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것이다


그대는 태풍의 눈과 같다

태풍에는 눈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태풍의 눈은 사실은 텅빔이다. 無이다

단지, 주위에서 회오리 치는 고온다습한 공기의 흐름이 있을 뿐이다

그 회오리가 사라지고나면 태풍의 눈 또한 사라진다

사실,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 회오리 때문에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 회오리가 사라지면, 협소했던 태풍의 눈은 無限에 이른다

그 無限이 바로 그대의 열반이며, 그대의 구원이다


그대가 점점 욕망을 더 키워 간다면

그리하여 노력하고, 경쟁하고, 분투하고, 투쟁하면 할수록

그리하여 생각의 흐름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그대는 거대한 태풍처럼 성장하고, 그 눈은 더욱 견고한 것으로 성장할 것이며

그래서 주위를 압도할 수 있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고

그때 그대는 자아의 성취감을 한 껏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그대의 지옥이다


그대는 無이다

그러나 그 無는 虛無가 아니다

두려워 말고 그 無를 받아 들여라

허구의 나(自我)를 버리고, 진정한 나 즉, 無를 영접하라

그것이 바로 예수가 말했듯이,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새로 태어나라!

새로 태어나라!

새로 태어나라!

 

 

'침묵으로 가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0) 2009.04.18
돈과 시간  (0) 2009.04.18
죽은자로부터의 편지  (0) 2009.04.18
  (0) 2009.04.18
삶과 죽음  (0) 200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