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실

프란츠 리스트와 베토벤

박희욱 2011. 7. 23. 09:46

  나(리스트)의 존경하는 스승 체르니가 나를 베토벤에게 데려갔을 때 나는 열한 살쯤 되었다.

체르니는 나를 신동이라면서 베토벤에게  만나봐 달라고 몇번이나 요청하였으나 거절하다가 끝내 견디지 못하고 허락한 것이었다.

 

  나는 그의 앞에서 페르디난드 리스의 짧은 소품 한 곡을 쳤다. 끝났을 때 베토벤은 내게 바흐의 푸가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평균율 피아노 곡집>에서 <C단조 푸가>를 선택해서 연주하였다. 연주를 끝낸 뒤 나는 그를 올려다 봤다. 위대한 거장의 어둡게 번쩍이는 시선은 뚫어질 듯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우울한 얼굴 위로 번졌다. 베토벤은 내게 아주 가까이 다가와선 몸을 굽히고 나의 머리에 위에 손을 얹더니 여러 번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굉장한 녀석이군. 진짜 개구쟁이야!"

 

  불현듯 나는 아주 용감해졌다. "이제 선생님 작품을 한 곳 쳐도 돼요?"  나는 대담하게 물었다. 베토벤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C장조 협주곡>제1악장을 연주했다. 끝났을 때 베토벤은 두 손으로 나를 잡고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는 몹시 다정하게 말했다.

"넌 행운아야! 많은 사람들에게 너는 기쁨과 행복을 줄 것이니 말이다! 그 이상 더 훌륭할 수는 없지, 최고야!"

 

  대충 이런 이야기를 리스트는 깊은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주었다..눈에는 눈물이 가득고인 채,

행복에 찬 따뜻한 울림이 이 단순한 이야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잠깐 침묵한 뒤 리스트는 다시 말했다.

"이 사건은 나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자부심으로 남아아 있지. 예술가로서의 전경력에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할까.

이 일화를 나는 아주 드물게 밖에는 얘기하지 않아. 오직 좋은 친구들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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