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염소가 지네의 다리를 보고 놀랐다.
수십쌍이나 되는 다리를 전혀 엉키지 않고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래서 염소는 지네에게 어떻게 그 많은 다리를 유유자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 질물은 들은 적이 없었던 지네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수많은 다리를 쳐다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골몰하면서 어떻게 걸을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니까 이게 왠 일인가.
그렇게 잘 사용하던 다리가 엉켜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뒤집기를 시작해서 배밀이를 하고, 앉게 되고, 길 수 있게 되고,
설 수 있게 되고, 걸을 수 있게 되고, 마침내 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발전하는 동안에 누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부모가 그런 과정을 일일이 가르치려 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면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는 장애자가 되고 말 것이다. 대개
철학자들은 그런 염소나 부모 역할을 자임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신을 무시하고 신을 죽이기도 하면서 자신들이 잘난 것처럼 떠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