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889

무소의 외뿔

인간은 누구나 홀로 태어나서 홀로 살다가, 홀로 죽고, 죽어서도 홀로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사랑타령이나 우정타령을 하지만 홀로가 되지 않으려는 욕구의 발로이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는 것도 결국은 홀로가 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결코 영원한 것이 못되며, 언젠가는 변질되고 결국은 자신을 구속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비록 황제가 되어서 그 모든 것을 갖춘다 할지라도 자유를 향유할 수는 없다 일국의 황제만큼 구속되어 있는 사람도 드물고, 마음은 감옥의 죄수보다 더 구속되어 있다 오로지 홀로만이 영원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홀로가 됨을 두려워한다, 외롭움을 타기 때문이다 명상이란 홀로가 됨으로써 영원한 자유가 되는 것이니, 무소의 외뿔처럼 홀로..

범아일여

신이 '빛이 있으라!'라고 명령했고, 그렇게 해서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해진다 그래서, 신이 세상의 창조주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나는 내가 맨 처음으로 눈을 뜸으로해서 빛이 생겼고, 그럼으로써 세상이 점차적으로 창조되어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가 창조주다 세상 모든 것은 창조주로부터 비롯되고, 그럼으로써 세상 모든 책임은 그 창조주에 있다, 아니다 책임자가 창조주다 고로, 梵我一如이며, 我(無我)乃天이니, 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무념

이를테면, 파인애플을 즐기려면 먼저 껍질을 벗겨내고 먹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을 제대로 살려면 먼저 그 껍질을 벗겨내어야 한다 인생의 껍질이란, 바로 모든 개념과 관념과 이러저러한 덕목들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란, 버려야 할 그런 개념과 관념과 덕목을 주입시키는 곳이다 이를테면, 자유니 민주니 평등이니 하는 것들과 사랑이니 희망이니 행복이니 봉사니 겸손이니 하는 모든 덕목들이 그런 것들이다 비록 학교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치 거북처럼 온갖 관념과 개념으로 등껍질을 만들어 스스로 뒤집어 쓴다 인생을 제대로 살려면 그런 껍질들을 벗겨내고 양념을 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속살을 살아야 한다 모든 덕목들을 비롯한 관념과 개념의 껍질을 벗어버린 것이 바로, 佛家에..

캐리부의 자유

저 캐리부의 목줄은 인간들이 채워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스스로 목줄이나 팔찌 등을 착용하고 다닌다, 빤짝거린다는 이유로. 심지어 스스로 코뚜레나 무거운 쇠고랑을 자랑스레 차고서 힘들어 한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그러면서 자유롭지 못하고, 늘 얽매여 있다고 불평을 하거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죽을 때가 오면 안다, 그런 모든 것들은 가지고 가지도 못할 허망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 캐리부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그게 뭣하는 것이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만큼 캐리부는 자유롭다. 자유로운 자는 자유를 모른다, 몰고기가 물을 모르듯이.

자유

인간은 누구나 어린아이와 같은, 백지의 자유로서 태어났다 그 백지에는 아무 그림이나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백지에 온갖 그림을 그려넣는다 사랑, 행복, 소망, 권력, 명예, 금력 등을 비롯해서 온갖 덕목들로 가득채운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그림을 그려넣을 여백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고는 자유를 잃었다고 투덜대거나 고통스러워한다 그대의 자유는 백지의 본성을 회복하는데 있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말한 워즈워드는 옳다.

말하려 들지 마라

말을 하려들지 마라. 말을 한다는 것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프리즘을 갖다 대는 것과 같다 프리즘은 본래의 무색빛을 변질시켜서 7가지 무지개빛으로 만든다 말은 프리즘과 같아서 사물의 본질을 변질시킨다 예수의 말이 아름답고, 부처의 말이 아름답다한들 그것은 무지개빛에 불과하다 예수가 십자가에 올랐던 것도, 부처가 꽃을 손에 들었던 것도 말은 군더더기이기 때문이다 노자가 히말라야로 들어가서 몸을 감춘 것도 말하기 싫어서 이고, 여호와가 바벨탑을 무너뜨린 것도 인간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마크 로스코도 침묵이 정확하다고 한 것이다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