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889

에고

비록, 소위 말하는 깨달은 자들은 나에게 나의 에고를 버리라고 말하지만, 나는 나의 에고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나의 에고를 버리고나면 나는 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은 죽은 삶이기 때문이다, 법당의 부처처럼! 나는 차라리 나의 에고를 삶의 원동력으로 삶아서 에고가 하는 일을 즐길 것이다 말하자면, 나의 에고가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게 하고, 나는 그 파도위에서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힘들다 할지라도 거울면 같은 호수면에서 수행이랍시고 가부좌틀고 생을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타인은 나의 에고를 보는것을 불편해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것을 노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대도 내 앞에서 에고를 드..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하나인 이치와 같다. 삶 속에 이미 죽음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나의 삶과 너의 삶이 다르듯이 나의 죽음과 너의 죽음이 다 다르다. 알든 모르든 간에 죽음에 관하여 설명한다는 것은 사기에 불과하다.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마라. 그대의 삶이 그대의 죽음을 말해 줄 것이다. 그 누구도 그대의 죽음을 말해 줄 수 없다.

안다는 것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고, 되려 상대방에게 질문만 했다 그러면서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나는 아는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에는 반드시 무지가 뒤따르지만 모르는 것에는, 비록 모른다 해도, 거기에 무지는 없기 때문이다 아담은 신의 경고에도 불구 하고 사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알려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신의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월권행위를 한 죄이다

지식

지식은 일종의 젖니, 즉 유치와 같은 것으로서 경험이 쌓이면 영구치, 즉 지혜로 치환되어야 한다. 나이를 먹어도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지 못하는 사람은 책을 통해서 배운 지식에 천착하게 된다. 지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차용한 것, 즉 남의 것이다. 지혜가 없는 그런 지식인은 유치한 사람이다. 지식으로써 세상을 보려 하는 것은 사물을 보지 않고 사물의 그림자를 보려는 것과 같다. 변화무상한 세상에서 지식은 하나의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은 무지의 일종이다. 옛 속담에 식자우환이라는 말은 틀림없는 말이다.

다리위의 거주처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다리위의 그대여, 그 다리위에 거주처를 마련하려들지 마라 금력을 쌓아서 저택을 짓지 말며, 권력과 명예로써 불필요한 가구들을 들여놓지 말고, 지식과 학식으로써 회칠하려들지 말며, 믿음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윤색하지 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몸에는 남루를 걸치고, 머리속은 비우고서 가슴이 이끄는대로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슬픔이 오면 슬퍼하고 아픔이 오면 아파하면서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지나가라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아도 홀로 발걸음을 옮겨라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나니 아무것도 내치지 마라 빛이 난다고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이런저런 그를싸한 말들을 머리속에 담고 다닌다면 그것이 바로 다리위의 거주처에 갇히는 꼴이다

열반과 윤회

부처님한테 물었다-죽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부처님이 되물었다. 들불이 일어나서 어느 풀잎이 타버리고 나면 어떻게 되느냐고. 불씨가 이전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불씨가 유전되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다. 하지만 그 불씨는 나의 불씨도 아니고 너의 불씨도 아니다. 그대는 하나의 촛불이다. 초가 다 타고 나면 불이 끄진다. 그것이 바로 열반이다. 그러니 누구나 열반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인지를 모르니 열반을 알 까닭이 없다. 열반을 알면 윤회도 벗어나는 것이다.

무소유

그대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 그리고 그대가 얻은 모든 것들을 소유하려들지 마라. 그것이 사람이든, 재물이든, 권력이든, 명예이든, 그 무엇이든지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들은 그대가 잠시 관리는 할 수 있어도 결국은 그대 곁을 스쳐지나가는 것들이다. 그대의 몸조차도 잠시 관리할 수 있을 뿐 그대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든 소유는 집착을 낳게 하고 그 집착은 그대를 속박하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왜 집착이 일어나겠는가. 그대의 오른손과 왼손을 서로 잡아보라. 소유당하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소유형 인간과 존재형 인간이다. 소유냐(to have) , 무소유냐(not to have) 하는 것은 사실상, 죽느냐(not 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