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는 집에서 아들을 떠나 보냈다.
짐을 챙겨서 기숙사에 실어다 주고
집에 돌아와서는 꺼이 꺼이 울고 말았다.
한 둥지에서 이십 수 년을 함께 살다가 떠나버리고,
이제부터는 나의 도움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꼬깔꼬니'라고 놀려대던 것이 엊그제처럼 거억에 생생한데...
그 녀석은 집떠나면 고생이라면서,
젊은놈 답지 않게 집을 떠나는 것을 싫어했고,
그리고 나를 닮아서 포부도 없는 녀석이었다.
올해는 딸아이가 집을 떠났다.
어제, 대전에 있는 기숙사에 이사짐을 실어다 주고, 부산까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창피스러워서 억누려고 했던 울음이 이번에도 다시 터져나오고 말았다.
부엌일을 하던 아내가 '당신 왜그래요!"하였지만 나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에게 '메롱'하는 말이 인사였던 딸아이였다.
다시는 '메롱'소리를 또 들을 수 있을까?
이제, 우리 둥지에는 아내와 나만 달랑 남았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나니까, 나의 존재 이유도 떠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