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무제

박희욱 2009. 4. 19. 06:40

 

오늘은 나루공원에 웨이트백 연습을 하러 갔다

그곳 계단에서 웨이트백 연습을 50번 하였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벤치에 나홀로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다


평일이라 인적이 더문 공원은 전체가 고요하다

엄마따라 나온 꼬마 아이가 내 앞을 지나간다

내가 "안녕?" 했다

꼬마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다시 "안녕해야지!"라고 했다

꼬마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엄마는 말했다. "나도 몰라!"


수영교 위에는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들이 지나가고,

강 건너 도로에는 승용차들이 바삐 지나가고 있었다

수영강은 잠잠하였고, 텅빈 공원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문득 나는, 사라져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


갈데없는 나의 눈길은 벤치 옆 잔디밭으로 떨어졌다

거기에는 새 쑥이 땅위로 싹을 밀어내고 있었다

새봄이 오면 쑥들에게는 바구니를 옆에 낀 아낙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라져 잊혀진 나에게는 찾아올 타인이 없다


나는 그냥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계단으로 갔다

이번에도 웨이트백 연습을 50번 하였다

그리고 8번을 더 하였다

그래서 도합 108번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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