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몸과 마음

박희욱 2009. 4. 18. 20:10

사람들은 히말리아를 보면 산이 올라오라고 손짓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내맡기고 정상을 향해 사투를 벌입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산이 올라오라고 손짓한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마음이 마땅한 투쟁의 대상을 발견한 것일 뿐입니다

마음은 투쟁하거나 경쟁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아래로 흐르는 물에는 마음이 없으며

소꼽놀이 하는 두 어린이에게도 마음이 없고

가슴으로 서로 포옹하는 두 연인에게도 마음은 없으며

아름다운 꽃을 보는 그 순간에도 그대에게는 마음이 없는 순간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과는 싸우기가 어렵습니다

가까이 있을수록 싸우기가 용이합니다

그래서 그토록 연인들과 부부는 서로 싸우는 것입니다

멀리 있는 인류와 이웃은 사랑하면서도 말입니다


몸은 마음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몸을 사랑하는 듯 하지만 번번히 몸과 싸웁니다

사람들은 몸을 자신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자신과의 싸움은 몸과의 싸움을 의미합니다

몸은 마음이 존립하기 위한 손쉬운 투쟁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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