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황금종

박희욱 2010. 12. 31. 10:14

옛날 옛적 그리스 에게해의 어떤 해안에 조그만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에는 폭풍우 치는 날이면 멀리서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 오는데, 그 소리는 폭풍우가 세면 셀수록 더 컸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멀리 바다 한가운데 섬이 있는데

그 섬에 엄청난 크기의 황금종이 있어서 폭풍우가 치면 그 종이 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용기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푹풍우 치는 날 그 종소리가 이끄는데로 황금종을 찾아 나섰으나 아무도 되돌아 오는 자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용기 있는 한 사나이1가 나섰다.

그는 굉장히 큰, 긴 배(Long Ship)를 만든 다음에, 두려워하는 선원들을 설득하여 그 황금종을 찾아 나섰다.

엄청난 폭풍우를 헤치고 나아가는 오랜 항에 끝에 드디어 그 섬을 발견하여서 상륙을 하게 되었다.

그 돌섬의 정상에는 과연 크다란 종각이 있어서 그 사나이는 흥분하여 그 안으로 들어갔다.

 

종각 안으로 들어간 사나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거기에는 조그만 종 하나가 달랑 달려 있을 뿐이었다.

생명을 걸고 거기까지 도달한 그로서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망의 눈빛으로 종각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번쩍 떳다.

알고 보니 그 종각 자체가 엄청난 크기의 황금종이었던 것이다.

그 황금종은 평범한 종각으로 위장한 채 기나 긴 세월을 지켜오고 있었던 것이었다2.

 

회심의 미소를 짓던 그 사나이는 환호성을 질렀으며,

선원들로 하여금 황금종을 긴 배(Long Ship)에 싣도록 명령하였다.

긁은 밧줄과 통나무를 이용해서 섬의 꼭대기로부터 끌어내려서 배의 갑판으로 들어 올리도록 하였다.

그렇게 흥분해서 배에 싣는 도중에 잘 못 되어서 종이 굴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구르는 황금종에 깔려서 그 사나이도 죽고 말았다.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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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때 보았던 영화 '긴 배(Long Ship)'의 줄거리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긴 배도 귀향하지 못하고 함께 침몰했을 것이다.

그 때는 그냥 이야기로서 보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마도 어떤 전설을 영화한 것이라고 보아지는데, 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1. 율 부린너 역 [본문으로]
  2. 각자 나름대로 황금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라. 그것은 진리일 수도, 신일 수도, 행복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런 것들은 너무나 평범해서 좀처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본문으로]
  3.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소유하려고 든다.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우리는 장미꽃을 꺽어서 손에 쥐려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소유를 위해서 우리의 삶을 소진해버리고 만다. [본문으로]
  4. 소유(to have)냐, 존재(to be)냐 하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다. 최소한으로 소유하라. 그것이 최대한으로 존재하는 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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