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sk

8월 06일 앵커리지 다운타운(Anchorage Down town )

박희욱 2012. 8. 23. 18:45

날씨: 맑음

 

  골드스미스 교수는 아침 일찍 연구소로 출근하고 나는 이본느의 출근 승용차 편으로 다운타운에 내려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나의 자전거는 이미 분해해버렸기 때문에 골드스미스 교수의 자전거를 빌려서 가지고 나갔다. 그도 자전거 여행의 애호가이고 수입도 짭짤한 사람이 자전거는 철티비 비슷한 것이었다. 한국인들의 허영은 세계에서도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알래스카에서 나의 애마 깜장야크만큼 고급 자전거는 눈을 닦아도 찾아볼 수 없었고 내 자전거를 부러워 하는 소리는 몇 번 들었다. 그래도 내 자전거는 동호회에 내놓으면 중급도 되지 못한다. 골드스미스 교수에게 이제는 좀 쉬지 무엇 때문에 일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니까 하던 일을 멈출 수 없단다. 나 같으면 정년퇴임을 하기에 앞서 하던 일을 모두 정리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는 쉽게 일을 놓지 못할 것이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점심 때는  Fireweed 거리에 있는 한인 식당을 찾아 가서 낙지뽂음을 시켜 먹었다. 역시 이곳에서도 교민사회의 만연한 상호불신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 식당에 손님이 오면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더 반갑단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이 오면 음식에 대하여 불평이 많고, 한 가지 서비스를 하면 다른 하나의 서비스를 더 요구하는 경우가 많단다. 동포들 간의 상호경쟁과 편가르기 등이 너무 심하고, 심지어는 동포끼리 사기를 치기가 다반사라는 이야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옛부터 우리 속담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같에서는 안새겠느냐고 하는 속담이 있다.

 

  그래도 중국이나 네팔, 인도 등지를 여행할 때는 한국인이 좀 괜찮은 민족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조선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던 옛말이 허명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까 선진국에 가면 한국인이 문제가 많고, 후진국에 가면 한국인들은  별로 큰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인가. 후진국인 것은 나라가 후진국인 것이 아니라 국민이 후진 국민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서양인들은 우리들보다 역시 선진국민이다.

 

  알래스카에는 우리 교포가 5천명 정도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이 앵커리지에서 사는데 앵커리지 인구가 20만명 정도인 것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골드스미스 교수는 알래스카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는데 내가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무튼 본토에서 이곳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거기서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본느의 경우처럼.

 

  동양식품 안주인의 말씀은 서양인은 바깥으로는 대단히 친절한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매정한 데가 있어서 무섭단다. 반대로 우리는 바깥으로는 좀 무뚝뚝한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한 성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이너서클이면 예스이고 아웃서클이면 노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지역감정으로 나타나는가 보다. 해외에 나와서까지 지역적 특성의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택의 구조로 보아도 그렇다. 우리는 담장이 비교적 높지만 담장을 넘으면 창과 문의 방범장치가 허술한 반면, 서양인들의 주택은 담장이 낮거나 없지만 현관문과 창문은 굳건히 닫혀 있다.

 

  앵커리지에 돌아오면 들려 달라고 말씀하셨던 동양식품의 최원식 사장님도 만났다. 만나면 쇠주나 한 잔 하면서 여행의 회포를 풀려고 했으나 오후 4시에 골드스미드 교수가 나를 픽업하러 오기로 되어 있어서 그를 수가 없었다. 나머지 시간은 REI에 가서 이것 저것 스포츠레저 용품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다시 동양식품점으로 돌아와서 골드스미스 교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오후에는 작은 딸이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다.

 

 

 

 

 

 

 

 

 

 

 

 

 

 

 앵커리지에 들어올 때는 제법 많이 쌓여 있었던 눈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

 

 

 

 Fireweed 거리의 동양식품점 내부

고객의 70%가 한국인이라 한다.

요즘은 김치를 찾는 서양인들이 많단다. 이제는 마늘도 잘 먹고.

 

 

 

앵커리지 REI에서

Martin Goetz, 스위스 쮜리히

이 친구는 토키트나 호스텔에서 함께 투숙한 이후 4번째 마주쳤다.

그도 내일이면 귀국하기 위하여 공항에 나가야 한단다.

martin.goetz@uzh.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