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 사람들은 돈과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神은 돈과 시간과는 반대편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돈과 시간은 神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은 마치 神을 위해서 생명을 바치듯이, 돈과 시간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바친다. 그래서 財테크와 時테크는 현대인의 화두이다. 그러나 나는..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그대는 無이다 그대는 無이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고, 두려울지라도 그대는 無이다 그대는 대나무 같이 비어 있는 존재이다 눈을 감고 그대 내부를 수색해보라 아무 것도 찾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대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그것은 그대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사라지면 그대 또한 사라진다 ..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죽은자로부터의 편지 친애하는 멋쟁이 라이더님들에게! 일전에 절벽위에서 홀로 잔차 타다가 떨어져서,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혹멧돼지의 어금니에 궁뎅이를 찔려 죽은 돌솥입니다. 지난번 저의 장례식에 공사다망함에도 불구하고 많이 많이 참석하여 주심에 감사드리면서 이곳에 온 소감을 몇자 올립니다. ******************..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空 나는 하나의 빙산 죽음의 바다에 떠있는 빙산 나는 그 죽음의 바다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빙산 머지않아 그 바다는 나를 물속으로 사라지게 할 것이라 빙산도 물 바다도 물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니 탄생이 어디 있으며 죽음이 어디 있으랴 색즉시공 공즉시색 나무 관세음보살!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삶과 죽음 모든 생명은 죽을 수 밖에 없다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서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의 죽음에 의존한다 죽음이 없는 지구를 상상해 보라 그러면 탄생이 있을 수 있겠는가 탄생이 있슴으로써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슴으로써 탄생이 있다 내가 죽지 ..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나무의 침묵 나무가 있다 내가 있다 나는 나무 둥치를 끌어 안고 가만히 귀를 갖다대어 본다 나무는 생각이 없다 말도 없다 아무런 욕망도 없다 그래서 움직일 필요도 없다 나는 불필요한 생각을 한다 불필요한 말을 한다 불필요한 욕망을 한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움직인다 알고보면 나무나 나나 모두 동일한 '있슴'일 뿐이고, 동일한 존재이다 앞으로 나는 자주 나무를 끌어안고 그의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십자가의 의미 인격(personality)이란, 인간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나의 얼굴을 감추려는 일종의 가면(persona)이다 나에게 있어서, 예수님이 스스로 십자가에 못박힌 의미는 그 인격을 육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아버리고 하늘 높이 날아 오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침묵으로 가는 길 2009.04.18
그대는 사실... 그대는 그러한 장구벌레가 아닙니다 사실은, 호박돌 바깥에서 그 장구벌레를 보는 자입니다 장구벌레는 물과 이끼의 변형일 뿐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그대는 물과 이끼가 아니듯이 장구벌레가 아닙니다 장구벌레를 주시하는 자입니다 끄적거림 2009.04.18
자식 어제는 여느날보다 늦게, 저녁 7시 반쯤에 화실을 나섰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해월정사를 조금 지나서, 앞에서 꼬마 둘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 의아스러운 것이 그곳에는 꼬마들이 갈곳이 없는 곳이다. "너희들 어딜가니?" "집에서 쫓겨났어요" "저녁도 못 먹었어요" "아무것도 먹지 .. 이야기 2009.04.18
호박돌에 물을 부었더니... <호박돌에 물을 부었더니> 호박돌을 깨끗이 닦아서 물을 부어 넣었다. 하루가 지나자 이끼가 끼이기 시작한다. 또 하루가 지나자 모기알이 부하해서, 눈에 겨우 뛸까 말까한 무수한 장구벌레가 되어 물과 이끼를 먹고 살면서 득실거린다. 모든 놈들이 온 몸뚱아리를 비틀면서 몸부림.. 끄적거림 200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