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167

그림

실재적으로 그림붓을 놓은지가 어언 10년 이상 되는 것 같다.그 이후 몇년간 드로잉과 누드크로키를 했는데 그것조차도 7년 이상이 지나가 버렸다.강향숙 선생이 나더러 드로잉을 한 화지를 쌓아서 내 키만큼 될 때까지 드로잉을 하라고 해서 붓을 놓고 연필을 들었던 것이다.그런데 내 키만큼은 못하고 내 턱밑까지는 했다고 했더니 지금까지 한 것만큼 더 하라는 것이었다.내가 프로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그림을 할 열정은 없었고, 그 이후 그림을 완전히 손을 떼고 말았다.오랫 동안 붓을 놓고 있다가 다시 들었더니 그림 그리기가 겁이 났던 것이다.붓을 다시 들기가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내가 누드크로키를 하다가 그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누드크로키로 다시 그림을 시작하기로 했으나 그것마저 두어달 하고는 또 다시 중단하고 ..

잡글 2016.11.11

좀비달팽이

이것은 Leucochloridium paradoxum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좀비달팽이다. 좀비달팽이가 땅바닥에 떨어진 새똥을 섭취하여 이 기생충의 알을 먹으면 그 알은 부화하여 숙주 달팽이 몸안에 살아가지만 달팽이의 건강에는 별다른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감염 안 된 달팽이보다도 오히려 수명이 더 길어진다. 그 기생충은 달팽이의 뇌를 장악하여 자기 뜻대로 끌고 다니다가 충분히 자라면 달팽이의 촉수에 들어가 그것이 마치 벌레처럼 보이도록 변형시켜서 달팽이가 싫어하는 햇빛이 잘 드는 나무가지 끝으로 끌고 간다. 그러면 좀비달팽이를 벌레라고 판단한 새가 날아와서 날름 집어삼킨다. 그렇게 해서 그 기생충의 일생이 한 사이클을 이룬다. 알고보면, 우리는 기생충에 감염된 좀비달팽처럼 살아간다. 그 기생충은 바..

잡글 2016.10.29

아티스트 맥아스킬

오늘은 비가 오네요. 맑은 날은 날아오를 듯한 기쁨이 들 수 있고, 비오는 날이면 내면으로 침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사람들은 기쁨과 즐거움과 재미만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지나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슬픔과, 외로움과 어쩌면 고통까지도 삶의 소중한 재료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앞의 것을 포지티브 행복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후자의 것을 네거티브 행복이라고 하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소중한 재료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과연 비오는 날은 등산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과연 비오는 날은 자전거를 못타는 걸까요? 날씨 탓하지 맙시다. 국가, 사회, 주변사람 탓하지 맙시다. 나 자신을 탓합시다. * * * 저는 어느 한 인간을 위..

잡글 2016.10.05